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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이 방송 10회 만에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치솟는 시청률만큼이나 드라마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크다. 다름 아닌 맹목적인 갈등 구조와 울화통 캐릭터들 때문.
10회의 방송분이 전파를 탈 동안 ‘왕가네’ 가장 큰 갈등 요소는 엄마 앙금(김해숙)의 무분별한 ‘편애’와 첫째 딸 호박(오현경)의 답이 안 나오는 무개념이었다. 앙금은 맹목적으로 사사건건 수박과 호박을 차별해 ‘계모’인가를 의심케 했고 수박은 상상 초월의 이기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울화통을 터트리게 했다.
이후 그려질 화합의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겠지만 해도 너무 했다. 이에 높은 시청률임에도 불구 시청자의 원성과 답답함의 목소리는 함께 커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방적인 차별 대우로 연일 서러움을 안고 사는 배우 이태란(호박 역)은 2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 역시 이유가 너무 궁금하다. 촬영장에서 답답함을 안고 힘겹게 임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오현경 역시 힘들다고 했다. 오현경은 “도대체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엄마가 그러는 지 배우들 조차 알 수 없어 갑갑하다”며 “이상 증세를 보이는, 지극히 못된 수박을 연기하면서 어색하고 힘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그 내막을 알고 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더 쉽고, 공감가지 않을까싶다”며 “현재 받고 있는 캐릭터의 지탄에 대해 공감한다. 당분간 더 이기적인 면모를 드러낼 것 같다. 마음껏 욕 해달라”고 설명했다.
하루 아침에 잘나가는 사업가에서 택배맨이 '고민중' 역의 조성하도 고통을 드러냈다. 그는 “대한민국 외로운 가장을 대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 “대본을 받는 그 순간부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작가님이 어떻게 이끌어갈지 배우 입장에서도 굉장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감정신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급변을 일으킬지 두려울 정도”라며 “대처 방안을 늘 고심하며 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배우들마다 저마다의 고통을 안고 결국은 ‘가족’과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셈이다. 숨겨진 ‘왕가네’ 비밀이 과연 무엇일지, 그 비밀이 이토록 격한 갈등 구조에 명쾌한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끝으로 문보현 CP는 “결국은 작품을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한 포석”이라며 “10회까지는 불을 좀 지피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차차 애초 기획했던 의도대로 본격적인 얘기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애정을 갖고 지켜보다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