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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화제 중 레드카펫 위 여배우들의 노출과 관련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솔직히 자신도 “한 여배우가 내 앞으로 가까이 왔는데 옷 때문에 깜짝 놀랐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몰랐다”는 고백을 해 웃음을 줬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영화제에서 화려한 드레스는 기본이고, 노출이 빠질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배우 배소은이, 재작년에는 오인혜가 노출 드레스로 화제가 됐다. 올해 부천영화제에서는 여민정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개막식에 앞선 레드카펫 위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에 영화보다 노출로 관심이 옮아가 영화제의 의미가 퇴색되는 인상도 있었다.
올해 부산에서도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이 위원장은 노출과 관련해 걱정을 하면서도 “그렇다고 규제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짚었다. 따지고 보면 “배우들이 예쁘게 보이려고 하는 노력이고 축제의 마당인데 어떤 규제를 하려고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배우들이 스스로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바랐다.
‘노출의 장’으로 오해되는 것도 큰 걱정이긴 하지만, 이 위원장은 영화의전당과의 협력을 큰 고민거리로 꼽았다. 건물을 직접 운영하는 영화의전당은 재단법인, 건물을 사용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사단법인이라 양측이 함께 움직여 부산 최고의 행사를 치러야 하는데 통제가 수월하지 않았다. 건물 개관과 동시에 열린 지난 제16회 영화제는 여기저기서 마찰을 빚었고,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올해는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관객 편의를 위해 어떻게 달라졌을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 영화제는 작품 고르기와 게스트에도 신경을 썼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른바 해외의 다양한 스타 배우들을 초대하진 못하지만 영화만큼은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난다.
개막작만 봐도 남다르다. 부탄의 고승이자 영화감독인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바라: 축복’. 부탄 영화가 축제의 문을 연 건 처음이다. 인도 남부 지방의 전통춤인 바라타나티암을 통해 사랑과 자기 희생, 역경을 헤쳐나가는 여인의 강인한 의지를 아름다운 영상미로 담은 작품이다. 이 위원장은 보자마자 “개막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감탄을 거듭했다. 비록 감독이 동굴 수행에 들어가 한국을 찾지는 못할 예정이지만 그래도 개막작으로 선정했고, 영화팬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줄 전망이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의 다른 버전도 상영되고,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 등 언급해야 할 영화들이 수두룩하다. 배우 강동원의 공식 석상도 부산이다. 김지운 감독의 ‘더 엑스’로 인사한다.
이 외에도 총 70개국 301편의 장ㆍ단편 영화가 초청됐으니 골라보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칸 황금종려상이나 베를린 황금곰상 수상작 등 최고의 화제작들도 라인업됐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탈리아 다큐멘터리 작가 지안프란코 로시의 ‘성스러운 도로’도 관객을 맞을 준비를 끝냈다.
배우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것도 묘미. ‘오픈토크’와 ‘아주담담’, 무대인사만 챙겨도 쏠쏠하다. 또 해운대 포장마차에서는 술잔을 기울이는 스타들도 만날 수 있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영화팬들이라면 ‘마스터 클래스’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아모스 기타이 감독, 이창동ㆍ임권택 감독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리티 판 감독, 아일랜드의 거장 짐 쉐리단 감독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다양한 행사도 더 있으니 발품을 조금만 팔면 영화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하루만 지나면 시작되는 축제는 관계자들이나 언론, 영화팬들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게 분명하다. 일단 개막식에서부터 별 탈이 안 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올해 영화제는 12일까지 부산 남포동,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에서 열린다. 한국의 강수연과 중화권 스타 곽부성이 개막식 사회를 맡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