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하나 기자]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 선희’에서 주인공 선희 역을 맡은 정유미는 ‘홍 감독의 뮤즈’로 불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첩첩산중’(2009), ‘리스트’(2011) 같은 단편영화부터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 ‘옥희의 영화’(2010), ‘다른 나라에서’(2011)를 이어 올해 개봉한 ‘우리 선희’(2013)까지 무려 여섯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거의 매해 한두편씩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 ‘뮤즈’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
정유미는 사실 ‘우리 선희’의 여주인공을 자신이 하게 될 줄 몰랐음을 솔직하게 밝히며,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느 날 홍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뭐하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특별한 일은 없는데 영화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틀만 나와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안 한다고 거절했는데 감독님께서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말씀 하시며 네 번만 나오라고 했다. 감독님의 제안에 합류하게 됐으나 막상 작품에 들어가니 또 즐거웠다.”
“오랜만에 이선균 씨를 만나서 좋았는데 마음과 달리 처음에 NG를 많이 내서 미안했다. 스스로 마음속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 부담이 되었다. 특히 김상중 씨와 정재영 씨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봤다.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연기를 잘했다. 대사를 금방 외우는 것은 물론, 보고 읽고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에 놀랍기도 했다. 이런 부분들은 배우고 싶었지만 함께 하는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상대배우들을 칭찬하기에 바쁜 정유미.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그녀도 이번 작품 ‘우리 선희’에서 내성적이긴 하지만 용감하고 똑똑하며 가끔 ‘또라이’ 같은 매력을 지닌 선희로 완벽하게 분해 세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홍 감독은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미리 주지 않고, 촬영하는 날 바로 이른바 쪽대본을 준다. 그날 찍을 전체적인 구상이나 틀은 있지만 대사와 세밀한 부분은 현장에서 직접 써내려 간다. 감독의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루에 상당량의 대사와 감정연기까지 소화해 내야하는 배우로써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홍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이를 모두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
“아침 9시를 기점으로 10시 안에는 대본이 나온다. 대본을 받게 되면 우선은 제 대사를 찾고, 이를 꼼꼼하게 읽고 감독님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생각한다. 저 뿐만 아니라 다들 그날 대본을 받으면 대본을 숙지하는데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사가 외워지고 연기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다들 대사에 집중하다 보니 배우들 간에 사적인 대화나 농담을 건네는 등 장난칠 시간 등이 없는 부분은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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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 언급될 만한 에피소드는 없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두들 대사를 외워야 하는 압박이 알게 모르게 존재했기에 오로지 시나리오 보는데 집중만 했던 것 같다. 다만 지난해 가을 야외에서 촬영을 하는 장면들이 많았기에 추위와 싸워야 했던 것이 조금은 힘들었던 부분이다. 하지만 감독님을 비롯해 주변에 모든 분들이 배려해 주셔서 수월하게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어느덧 정유미도 연기생활 10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이에 “연기한지 오래됐다” “이제 중견배우다”라고 말하면 오히려 몸서리치는 그녀다.
“아직 연기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연기라는 장르의 특성상 매번 만나는 사람도 다르고, 촬영하는 환경도 다르다 보니 그동안 해왔던 것이라기보다는 새롭고 떨린다. 이에 매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올해도 지금 아니면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니메이션 더빙에 참여했다. 처음으로 더빙이라는 장르에 도전했는데, 연기와 달리 부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표현해내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해볼수록 재미있는 요소도 많았다. 이처럼 난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을 즐기기에 견고하고 단단한 중견이라는 단어는 아직까지 먼 이야기 같다.”
그녀와 화기애애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특히 모든 질문에 망설이기보다는 거침없이 내뱉는 모습은 여리고 조용할 것 같은 정유미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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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나 기자 ahn11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