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범죄 조직 ‘낮도깨비’. 14년 전, 괴물 같은 이들 5명은 아이를 납치한 뒤 몸값을 받아 챙겨오다 일이 뒤틀리고 말았다. 다행히(?) 다친 이는 없다. 시간이 흐른 현재, 이들은 여전히 범죄자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고등학생 나이의 아이 한 명이 추가됐다. 5명의 범죄자를 아빠로 부르며 살아온 화이(여진구)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들로부터 받은 훈련에 총 쏘기, 칼 다루기, 운전 실력, 발차기 등이 뛰어난 소년.
이 조직 리더 석태(김윤석)는 “아버지들이 괴물인데 너도 괴물이 돼야지”라며 소년을 등 떠민다. 아빠들처럼 될 수 없다는 듯 사람에게는 쉽게 방아쇠를 당길 수 없는 화이지만, 결국 괴물은 입 밖으로 나와 버리고 만다. 자신이 살해한 대상이 누구인지를 알게 돼 혼란에 빠진 화이는 터져 나오는 눈물과 함께, 또 다른 괴물로 변해 버린다. 현재를 부정하는 화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헤쳐나갈 방법은 아빠들처럼 괴물이 되는 수밖에 없다.
‘화이’는 범죄자 5명이 아이를 키운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과거 석태의 복수심의 일종이거나 현실도피의 수단 정도로는 짐작할 수는 있다. 의문은 풀리지 않지만, 어떤 깨달음이나 교훈을 주려고 이 영화가 탄생한 건 아닌 것 같다.
머리로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으나 스크린을 통해 뿜어 나오는 영상미와 배우들의 호연은 관객의 혼을 빼놓을 만하다. 긴장감 가득한 영화는 마지막까지 다른 방향으로 튀지 않고 균형을 맞추려 애를 썼다. 속된 말로 쪼는 맛도 있다.
물론 배우들 보는 맛이 가장 좋다. 김윤석과 여진구는 다른 듯 닮았다. 어린 화이는 감정 조절이 쉽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변화해야 하는 모습에서 석태 역의 김윤석이 보인다. 석태가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두려움 가득한 여진구가 생각난다. 인간의 선악은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영화는 다섯 아빠의 특징도 잘 살린 점도 특기할 만하다. 말은 더듬지만 엄마처럼 화이를 보듬어주는 기태(조진웅), 계산적인 것 같지만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큰 진성(장현성), 냉혈한의 살벌한 눈빛을 가진 동범(김성균),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진 않지만 조직을 지키려고 애쓰는 범수(박해준) 등은 영화를 풍부하게 했다. 또 이들 조직과 유착한 비리 형사반장 창호(박용우)를 비롯해 조연으로 등장한 유연석, 남지현도 칭찬할 만하다.
이전 작품들에서 누나들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한 여진구는 이번에도 교복을 입고 있지만 한층 성장한 느낌을 전해준다. 감정 연기의 탁월함은 익히 알고 있는데, 액션까지 멋지게 소화했으니 더 많은 여심을 사로잡을 게 분명하다.
10년 전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탁월한 연출 실력을 선보인 장준환 감독은 그간 몇 편의 작품이 엎어졌으나 절치부심하고 이번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상상의 존재 괴물을 스크린에 구현하고 스타일리시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괴물이 등장하면 유치하게 느껴지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관심이 더 높아진다.
물론 살이 터지고, 피가 흥건해 잔혹한 면이 조금 있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125분. 청소년 관람불가. 9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