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철저한 훈련 끝에 ‘보이시’ 걸그룹으로 탄생한 지아이는 자신들의 연습생 3년 기간을 군 생활에 비유했다. 언뜻 사내 다섯 명으로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곱상하게 생긴 외모가 딱 소녀들이었다. 생각보다 여성스러운 외모를 보고 이들이 어쩌다 소년이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멤버가 확정되고 콘셉트가 ‘보이시’로 잡힌 후 바로 훈련에 돌입했어요. 대답도 ‘다.나.까’만 사용했고, 말끝 흐리지 않고, 앉을 때도 다리 벌리고 앉고, 옷도 남자 옷을 입고…. 3년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정말 군대가 이런 느낌인가 싶었어요. 가보진 않았지만 비슷할 것 같아요.”
(왼쪽부터) 아람, 은지, 아이, 원캣, 하연. 사진=이현지 기자 |
이렇게 훈련된 아이들은 지난 3일 첫 번째 미니앨범 ‘트러멘더스’(TREMENDOUS)를 발매했다. 부푼 마음으로 컴백했지만, 첫 무대 직전 타이틀곡이 바뀌는 홍역을 치렀다. 타이틀곡이었던 ‘뻥치지마’가 심의불가판정을 받고,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기역’(ㄱ)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미 ‘뻥치지마’로 퍼포먼스까지 완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멤버들의 상심은 더욱 컸을 것이다.
“허무하긴 했는데, 그런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기역’은 다양한 매력을 담을 수 있고, 대중들에게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이거든요. 짧은 기간에 작업하면서 압박감에 힘들기도 했지만, 안무가 완성된 이후부터는 정말 재미있게 연습했어요.”
이들의 무대를 보고 있자니 멤버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름하야 남성팀 vs 여성팀. 심각하게 남성적인 두 아이와 제법 여성스러운 아이 둘, 그리고 그 중간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실제 연습실에서도 상황은 같았다. 아람과 아이는 검정색 박스티셔츠, 은지와 하연은 핫팬츠에 민소매, 그리고 원캣은 박스티셔츠에 핫팬츠.
◇ 남자보다 더 남자 같은 아람-아이
아람과 아이는 영락없는 소년이지만 데뷔 전 긴 머리에 예쁘장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이들은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며 “더 센 이미지”에 목말라 있었다.
“정체성의 혼란이 올 정도였어요. 성격이 원래 남자 같아서 집에서도 아들 노릇을 해왔죠. 그런데 콘셉트까지 보이시로 잡히니까 옷도 남자 걸 사게 되더라고요. 밖에서 이상형을 마주쳐도 ‘난 남자니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요(웃음).”
그런데 타이틀곡 ‘기역’ 무대에서 이들은 꽁꽁 싸매던 이전과는 달리 핫팬츠로 과감히 각선미를 드러냈다. 이 두 사람은 어색하다는 반응이었다. 여성스러움을 담당하고 있는 멤버들의 흉내를 내보려고도 했지만 역시나 실패로 돌아갔다. 자신들의 표정을 보고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고.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부담이 됐던 것은 ‘얼마나 더 세게 나와야 하지’였어요. 센 이미지였다가 조금 부드러워지면 ‘역시 안 되니까 다른 걸그룹과 똑같아지는 구나’라는 비난이 뒤따를 것 같았어요. 보통 걸그룹이라면 얼마나 더 섹시하게 노출을 하느냐에 관심을 둘 텐데, 우리는 ‘얼마나 더 걸쳐 입어야하지?’라는 고민을 했어요. 웃기죠?”
(왼쪽부터) 아람, 은지, 아이, 원캣, 하연. 사진=이현지 기자 |
◇ “성격은 털털해도 나는 여자다”…은지-하연
데뷔 당시 멤버들 중 유일하게 긴 머리를 휘날리며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은지도 결국 커트머리 대열에 합류했다. 인터뷰 당시 나란히 앉은 은지와 하연은 시끌시끌한 멤버들 사이에서 조용히 있었다. 두 사람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걸그룹의 멤버로서도 손색이 없을 듯싶었다.
“예쁜 걸그룹을 보면 부러워요. 지금 콘셉트가 보이시라서 그렇지 옷만 예쁘게 바꿔 입으면 우리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아요. 걸그룹은 체형에 딱 맞는 옷을 입는데 우리는 남자 옷을 입잖아요.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해요.”
특히 은지와 하연은 무대 위에서 앙칼진 목소리와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어가며 제법 상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성격은 털털하지만 외모와 무대 위 퍼포먼스는 여성스럽기 그지없다.
“하연이는 섹시가 몸에 배어 있어요. 자고 일어날 때도 기지개를 키는데 자태가 딱 섹시였어요. ‘비틀즈’ 무대에서 정말 힘들었을 사람이 하연이에요. 그 선을 숨길 수 없었던 거죠.”
원캣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연은 “섹시는 아니다”라고 겸손을 떨었다가 “에이, 평소에 섹시를 입에 달고 살면서…”라는 멤버들의 야유를 샀다. 사실 원캣의 19금 행동과 말들이 쏟아졌지만 자체편집.
◇ 남성팀과 여성팀의 중간 원캣…지아이의 교집합
원캣은 구릿빛 피부에 남성스러운 외모를 보였지만 성격은 천상여자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부엌청소를 하고, 손 글씨, 뜨개질을 취미로 하는 원캣은 확연히 나눠진 남성팀과 여성팀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했다.
“제가 딱 중간인 것 같아요. 전체적인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 컸어요. 이미지가 ‘보이시’ 하나로 정착되어 버리면 부담으로 올 것 같아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죠. 아무래도 몸이 여자니까 여성스러워 보이는 것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역할을 분배해 각자에게 맞는 색깔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어요. 남자들도 다양한 성격, 외모,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원캣은 멤버들의 특성을 고려해 제 옷을 입은 듯한 편안하고 즐길 수 있는 안무를 직접 만들어냈다. 때문에 ‘기역’은 다른 멤버들도 그렇겠지만 원캣에게 더욱 남다른 의미일 것이다. 골머리를 싸매가며 만든 안무인 만큼 특별히 대중들에게 ‘이렇게 봐 달라’고 말할 시간을 줬다.
원캣은 “많이 봐 달라?”며 심심한 대답을 했다. 아니, 재미는 없지만 가장 정확한 대답이다. “정말 많은 가수들이 있잖아요. 그렇다보니 관심을 갖기조차 어려운데, 한 번이라도 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 후에는 우리의 노력문제니까요.”
인터뷰를 위해 본사 건물에 들어서고 나가면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던 지아이는 “군 생활 같은 연습생
“견제되는 걸그룹은…없는 것 같아요. 보면 마냥 예쁘기만 하더라고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