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페르니쿠스 합창대회’ 참가 목표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한 100일을 애초 12부작으로 담으려던 ‘송포유’는 단 3시간 방송으로 줄어 버렸다. 비슷한 류의 ‘기적의 하모니’나 ‘학교의 눈물’ 등을 기획해 내보낸 적이 있기도 하니 안일하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오히려 ‘문제아 아이들의 변화를 담은 감동적 이야기’라는 칭찬을 기대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송포유’는 메가톤급 충격을 전했다. 이제 긍정적인 반응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폭행으로 전치 8주 상처를 입혔다”, “애들을 땅에 묻었다”, “그냥 쳤는데 기절해 버렸다”는 살벌한 말들을 자랑스레 내뱉는 학생들은 시청자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이들을 미화하는 듯한 자막과 영상이 자극적 방송을 위한 편집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아이들 멘토로 나선 이승철이 자신도 “전과 9범”이라고 한 선의의 거짓말은 거짓 방송 논란으로까지 번졌고, 또 폴란드 대회에 참석한 한 학생이 페이스북에 클럽을 출입하고 술을 마신 사실을 짐작하는 글을 올려 시청자들을 실망하게 했다. 변함없는 모습은 분노를 일게 할 정도였다.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한국사회니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송포유’ 담당 PD와 SBS 관계자들이 “아직 방송되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 3부 끝까지 봐달라”고 해명해 왔기 때문에 실망감은 큰 게 사실이었다. 이날 시사도 자신이 있으니 미리 평가해 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울고 짜는 식으로 편집해 내보내면 끝이냐”는 지적을 이어갔다.
제작진은 뜨끔할지 모르겠다. 취재진에 공개된 3부 속 아이들은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3부는 좀 더 깊이가 있다. 두 개 팀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때 카메라는 학생들의 부모 얼굴을 이따금 비춘다. ‘문제아’라고 손가락질받는 자식들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고, 미안해하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워하는 얼굴들이었다.
앞서 2회 방송을 통해 드러난 아이들의 모습은 전혀 반성의 기미도 없고, 변화될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하지만 3부에서 아이들은 세상에 필요 없던 존재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후회와 반성, 고마움도 담겼다. “아빠와 대화하는 횟수가 많아진 것 같아요”, “지각이나 잠이 줄었어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저도 조금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저 같은 애를 받아 준 ‘송포유’ 고마워요”….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과거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전하는 내용은 없었으나, 과거 자신들의 행동을 뉘우치고 있음은 전달됐다.
아이들의 관리 부실, 편집의 실수 등 세심하지 못한 제작진은 비난받아야 하는 건 마땅하다. 이들에게 손을 뻗은 제작진의 선의까지 빛바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제작진은 폴란드에서 아이들을 관리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고, 한 인터뷰에서 “학생들에게 피해자에게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교조적인 발상”이라고 발언한 담당 PD는 “문제가 된 부분이 있다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잘못된 행동으로 문제아로 낙인찍힌 학생들은 표현이 서툴러 또한번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격이 됐고, 외면 받게 됐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신도 변할 수 있다는 조그마한 꿈을 꾸게 됐다.
학생들은 아직 어리다. 바른길을 가지 못하는 친구도 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 바른 마음을 먹은 친구도 있다.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이들에게 죽으라고만 할 것인가. 과거를 반성하는 현재의 눈물이 이들의 과거를 잊지 않게 하고, 미래를 책임질 기회가 될 것이다. 제작진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자신들의 잘못도 반성한다는 의미다.
SBS 측은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겠다. 조금만 더 아이들과 ‘송포유’를 따뜻한 마음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사과했다. 물론 판단은 시청자 몫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