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가수 김민기가 부른 고은 시인의 ‘가을편지’ 가사 첫머리다. ‘손편지’가 아득하게 느껴지는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향수를 담은 ‘현재 진행형’ 뮤지션들이 올 가을 대거 컴백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디지털 음원을 한두 번 재생하고 마는 시대지만 우직한 장인정신으로, 소장가치 높은 CD를 내놓는 뮤지션들이 차례로 돌아온다. 25일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한 데뷔 2년차, 신참 밴드 버스커버스커를 열외로 치자면 데뷔한 지 평균 15년도 넘는 관록의 싱어송라이터들의 귀환이다.
그동안 라디오를 비롯해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대중성을 높인 유희열은 최근 MBC ‘무한도전-가요제’에 출연하는가 하면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에 고정 출연하며 ‘감성변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비록 ‘SNL코리아’에서 토이의 명곡을 음탕하게 재해석하는 등 셀프 디스를 서슴지 않고 있지만 그만큼 그의 7집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TV 속 코믹한 모습과 상반되는 감성 뮤지션 이미지가 어떤 조화를 이룰 지 기대된다.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도 모처럼 가을 앨범을 들고 돌아온다. 2008년부터 시작된 3연작 미니앨범 프로젝트 ‘3 웨이브스 오브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3 Waves of Unexpected Twist)’의 완결판을 내놓는 것.
2008년 ‘라디오 웨이브’와 2009년 ‘러브 어 클락’에 이어 4년 만에 내놓는 신보인 만큼 ‘신승훈표 발라드’에 목마른 음악팬들에게 단비 같은 선물이 될 전망이다. 특히 그는 새 앨범 발매와 함께 11월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13 더 신승훈 쇼-그레이트 웨이브’를 펼친 계획이다.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 BGM에 기존 명곡이 대거 삽입돼 지각(!) 인기를 누린 것을 비롯해 2년 전, ‘무한도전’ 가요제를 기점으로 Mnet ‘방송의 적’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 친화도를 높인 만큼 그의 음악에 대한 대중의 기대 역시 부풀어있다.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 또한 가을 컴백을 일찌감치 예고한 상태. 이밖에 싱어송라이터 윤상 역시 올 가을, 4년 만에 정규 7집을 발매할 계획이며 루시드폴 역시 2년 만에 6집 앨범으로 돌아온다.
또 관록의 혼성 밴드 자우림도 10월 중 9집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2011년 8집 이후 2년 여 만의 신보. 모두 소장가치 높은 앨범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뮤지션들이다.
‘믿고 듣는 버스커버스커 음악’이라는 공식은 여전하다. 타이틀곡 ‘처음엔 사랑이란게’를 비롯해 수록곡 다수로 1집에 이어 다시 한 번 차트 줄세우기를 성공시킨 것. 타이틀곡 외 몇 곡뿐 아닌, 앨범 전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정도로 소장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인 뮤지션들의 음반이라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두어 번 거르고 CD를 구매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지난 봄, 가왕 조용필이 보여준 ‘음반 가게 앞 줄세우기’라는 진풍경처럼, 올 가을 쏟아져 나오는 뮤지션들의 새 앨범으로 음반 매장이 북적이는 모습을 또 한 번 기대해볼 만 하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는 가을편지와도 같은, 다정한 음악선물로 색다른 감동을 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