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사투리를 구성지게 내뱉는 새침데기 소녀에서, 말 한마디 없이 도도한 이미지의 소녀로. 또 상큼발랄한 대학생 역할까지. 대중들에게 ‘은각하’ 혹은 ‘응구’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신인 배우 김선아는 세 작품에 참여하면서 매번 다른 이미지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HOT와 젝스키스로 대변된 90년대를 배경으로, 오빠들에 미쳐있던 여고생과 다섯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은각하 역으로 처음 얼굴을 내비치고, 최근 종영한 Mnet ‘방송의 적’에서 감초 역할을 한 김선아의 첫 시작은 걸그룹 연습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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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
“JYP 공채 오디션에서 합격했는데 ‘실력을 쌓아서 오라’며 한 학원을 소개해줬어요. JYP 오디션 당시 포미닛 남지현 언니랑 함께 시작했어요. 지현언니랑 포미닛 마지막 멤버 오디션도 함께 봤는데 언니가 됐죠. 그러던 중 JYP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는데…”
JYP 연습생이라는 소위 ‘대박’의 기회를 놓치고, 기획사 사기를 당하는 험난한 길을 겪은 김선아는 지금의 회사를 만나 걸그룹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쳤으면서 갑자기 배우로 전향한 이유를 물었더니 “팀 컬러와 맞지 않았다”는 뻔한 대답을 내놓았다. 사실 그 이유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가수의 꿈을 포기한 건 아니고,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 연기인 거예요. 제가 워낙 한 쪽에 집중하면 그것에만 몰두하는 편이에요.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원래 연기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하게 됐고,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이 길을 걷고자 마음먹었어요.”
“아무 것도 몰라서 용감했다”는 김선아는 ‘응답하라1997’에서부터 ‘방송의 적’에서까지 신인답지 않은 담력을 자랑했다. 특히 ‘방송의 적’에서는 대본도 없이 연기했다. 물론 대사가 없기 때문이었지만, 신인에게는 이 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대사도 없었으니까요.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어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방송의 적’ 덕분에 김선아는 ‘응답하라1997’때와는 또 다른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익혔다. 길거리에 나서면 “응구”라고 소리치며 김선아를 알아보는 이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고. 또 한 가지 이적, 존박 등 이름을 알린 아티스트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면서 정신적인 도움도 받았다.
“촬영 당시에는 부끄러운 것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고마운 프로그램이죠. 신인인데 ‘응구’로라도 알아주셔서 정말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정말 놀랐어요. 배울 점도 정말 많은 프로그램이었어요. ‘내가 준비할 게 더 많구나’라는 걸 느꼈죠. 제가 창피함을 느낄 정도로 멋있는 분들과 함께 하니까 좋았고, 충고도 격려도 많이 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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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
‘기억해줘 공주님’은 대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로, 클라라, 인피니트 성열, 포미닛 남지현 등이 출연한다. 김선아는 극중 주인고 성열과 남지현의 동아리 선배이자 클라라와 동기인 회계 역을 맡았다. 짧은 단발에 크고 동그란 안경을 쓰고 귀엽고 발랄한 대학생 역할이다.
“이미 촬영은 끝났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장소는 수영장이었는데 극중 동기인 클라라 언니랑 같이 비키니를 입었어요(울먹). 뒷말은 안 해도 왜 기억에 남는지 아시겠죠? 이틀 동안 굶었는데 클라라 언니랑 너무 비교가 되니까….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게 함께 촬영을 하지는 않았다는 거예요.(웃음)”
매번 달라지는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다며 귀여운 투정을 부리던 그녀는 또 다른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다며 아이러니한 바람을 내비쳤다.
“소위 ‘노는 언니’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예쁘장한 친구를 괴롭히는…. 유괴당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고, 공포 속에 사로잡히고 싶기도 하고, 공포를 주고 싶기도 하고. 커
계속해서 다양한 캐릭터를 늘어놓는 김선아는 사실 어떤 역할이 떨어지든 상관없었다. 일전에 언급한 것처럼 “아무것도 몰라서 용감하다”던 그녀는 “그냥 다 해보고 싶어요. 이것저것 주어지는 대로 부딪혀 볼 거예요”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