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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황금의 제국’은 생각만큼 파급력이 크진 않았다. 1990년대 초부터 20여 년, 한국 경제 격동기에 한 재벌가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권력싸움과 재력 쟁탈전을 그린 가족 정치극은 절대악에 대항하는 선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시청자의 분노와 감동, 재미를 전했던 ‘추적자’와는 달랐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고, 이야기는 어려웠다.
주인공 장태주(35)를 연기한 배우 고수도 드라마가 어려움을 인정했다. “등장인물들이 먹고 먹히고, 또 어떤 짓을 해서라도 빼앗으려고 하는 상황이 피곤하더라고요. 다른 연기자들도 감정 잡는 걸 힘들어했어요. 대본을 읽고 내려놓고를 반복했죠.”
그래도 그의 만족도는 “200% 이상”이다. 시청률이 만족할 수준은 아닐 것 같은데 상관없이 만족하는 눈치다. ‘황금의 제국’의 묘미는 성진 그룹 일가족과 판자촌 출신 태주가 ‘황금의 제국’ 성진 그룹의 주인이 되려고 서로 뒤통수를 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상황이다. 고수는 ‘작가님이 뒤통수치기의 달인’이라는 표현에 폭소했다. 인정한다는 의미다.
“다른 작가님들도 다 힘드시겠지만, 이런 소재로 글을 어떻게 이렇게 이끌어 갈 수 있는지 대단한 것 같아요. 반전이 정말 많아요. 대본이 진짜 재미있었죠. 2회 남았는데 당연히 또 반전이 있겠죠? 태주한테 어떤 반전이 생길지 궁금해요. 저도 아직 대본을 못 받아서 몰라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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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역시 고민이 많다. “솔직히 태주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갈 때까지 간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했는데 태주가 벌을 받지 않고 잘살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어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벌을 받을 것 같긴 한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물론 고수는 태주가 자신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라고 거리를 둔다. 돈을 많이 갖는 것도 부럽지 않다. 태주가 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태주는 너무 큰 그릇 같다. 생각하기도 쉽지 않은 큰 야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리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난 사실 주식의 주자도 모른다. 아예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어려운 경제 용어를 많이 배웠다고”는 생각하는데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고 짚었다. 경제에 더 관심이 생기게 됐냐고 물으니 “에이 그 때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돈에 대한 욕심이나 욕망 같은 게 생겼냐고요? 똑같아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죠. 전 제테크도 아니고 그냥 저축해요. ‘자산을 엄청 불려야겠다’ 같은 건 뭐 잘 몰라요.”(웃음)
종영까지 2회가 남았으니 아직은 태주일 것 같은데, 거리감이 크게 느껴진다. 연기하기 너무 힘들어서일까? 그는 “태주를 빨리 놓고 싶다기보다 나와는 너무 다른 인물이라서 그런 것 같다”며 “지배하려 하고 빼앗으려고 하니 지치는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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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