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이 주희 역할은 안 된다고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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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 만난 문정희는 “주희 역할을 맡지 못할 뻔했다”고 털어놓았다. 김미희 대표를 만난 건 친분이 있던 배우 수애 덕분이었다. 수애와 함께한 자리에서 김 대표가 건넨 시나리오를 읽은 문정희는 주희 역에 시쳇말로 꽂혔다. 다른 역할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주희 역할 정말 하고 싶다”는 문정희에게 김 대표는 “그 역할은 좀 아닌 것 같은데…”라고 말을 흐렸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문정희에게 돌아가긴 했지만, 까딱하면 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다른 배우에게 빼앗길 뻔해 마음을 졸였던 것이 전해졌다. 문정희는 “대표님은 미선 언니가 맡았던 민지 역할에 나를 캐스팅하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웃었다.
사실 제작진은 범인 역할을 위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덩치가 좀 있는 여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남자들과 싸워 제압해야 하는 등 어떤 힘이 느껴져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정희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얘기했고, 실제로도 어색하지 않게 연기했다.
그는 덩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두꺼운 점퍼 안쪽에 패드를 넣는 등 노력을 했다. 또 후반부 주차장 신에서 치열하게 달리는 모습을 위해 하루 10㎞씩 달리기를 했다. 이제는 마라톤 대회를 나갈 정도다. 액션 신을 소화하다 발톱이 3개나 빠진 것도 잘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문정희는 집에 집착하는 반전 있는 주희 역할을 따냈고, 멋지게 소화해 관객의 뒤통수를 때렸다. 사실 지난해 ‘추적자’로 주목받은 ‘연기의 신 (본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손사래 쳤지만) 손현주를 큰 스크린으로 보려는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터놓고 하는 말이지만, 극장 문을 나설 때는 문정희가 연기한 주희 역에 홀딱 반했다는 이들이 많다. 반전에 다들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사실 시나리오가 좋다는 말은 돌았지만 ‘숨바꼭질’을 향한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주연배우 손현주조차 자신과 문정희, 전미선이 주인공인데 누가 관심이나 있을까하는 의심을 했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영화는 지난해 흥행한 ‘연가시’와 평행이론처럼 달렸다. 뭔지 모를 연가시에 대한 공포는 관심을 불러왔고, 입소문을 탔다. 누군가 우리 집에 숨어들어 산다는 소재의 ‘숨바꼭질’도 어린 학생들은 물론 집을 가지고 있는 30, 40대 관객들도 끌어모았다.
공교롭게 ‘연가시’에도 출연했던 문정희는 “‘연가시’도 좋지만, ‘숨바꼭질’을 더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손현주와 전미선 등 선후배 배우들과 감독 덕이라고 공을 돌린 그이지만, 이 영화의 흥행은 문정희의 힘이 좀 더 컸다. 문정희는 “‘숨바꼭질’ 이후 고맙게도 몇 편의 시나리오가 들어왔다”며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순제작비가 25억 원으로 저예산 영화인 ‘숨바꼭질’은 현재까지 손익분기점 140만 명을 4배가량 넘었다.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 가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역대 스릴러 흥행 톱1 ‘살인의 추억’이 가진 최고 기록을 제치고 역대 스릴러 최고 흥행 자리를 차지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