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차갑게 식어버린 정이의 가마는 도저히 따뜻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11일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0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가 기록한 시청률 7.9%(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9일 방송이 기록했던 8.4%보다 0.5P% 하락한 수치다. 월화드라마의 경우 월요일에는 중장년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가요무대’의 편성 영향으로 통상적으로 월요일보다 화요일 시청률이 소폭 상승해 왔었다. 하지만 이번 ‘불의 여신 정이’는 시청률이 더 떨어지면서 ‘꼴찌 탈출’이라는 목표에 실패하고 말았다.
‘불의 여신 정이’의 시작은 무척 순조로웠다. 인기리에 종영됐던 전작 ‘구가의 서’의 바통을 이어받은 ‘불의 여신 정이’는 아역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극 초반 안방극장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아역 로맨스’ 덕에 승기를 잡은 ‘불의 여신 정이’는 7월 9일 시청률 12.0%이라는 자체최고기록을 세우는 데 성공하며, 줄곧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해 왔었다.
‘불의 여신 정이’의 시청률이 또 다시 하락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불의 여신 정이 캡처 |
‘불의 여신 정이’의 추락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닌 예정된 수순이었다. ‘불의 여신 정이’ 초기 호평과는 달리 성인으로 넘어오면서 광해(이상윤 분)와 정이(문근영 분)의 캐릭터는 진부해졌고, 지루하고 뻔한 전개로 질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분위기 반등을 위해 ‘불의 여신 정이’는 자신의 최대 무기였던 사기를 빗는 과정도 세밀하게 그리고, 주인공인 정이의 실명 위기라는 자극적인 소재까지 사용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매 회마다 반복되는 갈등과 해결은 극적인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으며, 지나치게 선량한 나머지 억울한 누명 뒤집어쓰기를 밥 먹듯이 하는 정이와 광해의 캐릭터는 식상하기 그지없었다.
지난주 아버지 을담(이종원 분)의 살해를 지시한 사람이 강천(전광렬 분)임을 알게 된 정이는 복수심을 불태우며 처음으로 눈가에 독기를 담았었다. 하지만 또 다시 새로운 회가 시작되자마자 정이의 눈빛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처음 그대로 다시 유순하게 돌아왔고, 그녀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또 어려움에 처하고 말았다.
10일 방송말미 극의 전형적인 악의 축 인빈 김씨(한고은 분)는 눈엣가시인 광해를 제거하기 위해 역모 죄를 뒤집어씌우는 음모를 꾸몄다. 이에 광해는 꼼짝 없이 위기에 빠지게 됐지만, 전혀 긴장감을 선사하지 못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지혜롭고 착한’ 정이가 나서서 광해를 구해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불의 여신 정이’는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장인 백파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다룬다는 기획의도로 시작됐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실존인물 백파선이 사기장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시기는 바로 임진왜란이다. 이제 10회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정이를 사기장으로 만들어줄 임진왜란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큰 기대를 모았던 ‘불의 여신 정이’에게 실증을 느낀 시청자들은 현재 한둘씩 그녀의 곁을 떠나고 있는 형국이다. 월화극 1위에서 꼴찌로 주저앉은 ‘불의 여신 정이’가 진부한 전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또 다시 최저시청률을 경신하는 것 시간문제일 것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