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정희(32)가 차분하게 자신의 성격을 소개했다. 2005년 데뷔 후 차곡차곡 이력을 쌓아온 결과, 이제는 차트 정상 궤도에 포진하는 실력파로 손꼽히면서도 묵묵히 자기만의 영역을 찾아가는, ‘조금은 더 욕심 부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자기만의 향을 지닌 ‘디바(Diva)’로 성장해 가고 있는 그녀의 첫 자기소개다.
지난 8월 초 2년 여 만에 싱글 ‘러브 이즈(Luv is)’로 컴백, 음원 차트 1위를 거머쥐는 성과를 내놓은 임정희는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번 활동을 통해 얻은 가시적인 성과에 대해 “기분이 너무 좋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한 달이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아요. 음반적으로는 공백이 길었지만 뮤지컬이나 공연, OST 참여 등 개인적인 활동은 꾸준히 해왔거든요. 오랜만에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해 활동하다 보니 정신없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것 같아 아쉽지만, 신곡을 듣고 싶다는 팬들의 바람을 채워드린 것 같아 뿌듯합니다.”
흡사 그녀가 지난 해 싱어송라이터 헤르쯔 아날로그와 함께 부른 곡(‘오랜만이다’)처럼, 오랜만의 컴백인 탓에 “잊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는 임정희다. “그래도 ‘임정희 앨범이면 무조건 들어봐야지’ 하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느껴 너무나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공백을 이렇게 길게 갖지 않고 열심히 앨범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러브 이즈’ 무대에 대한 세간의 평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다수의 기사 타이틀에 포함된 표현을 빌리자면 한창 예뻐진 미모에 대한 극찬은 물론, ‘관록의’, ‘가창력 갑(甲)’, ‘디바’ 라는 표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해 임정희는 “음악이나 노래, 실력적인 부분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겸손해했다. “저는 퍼포먼스 위주의 가수도 아니고, 노래 하나로 혼자서 정면돌파 해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요즘 솔로 가수도, 발라드 하는 팀도 저 밖에 없어서 너무 밋밋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담백했다는 말씀을 많이 듣게 돼 행복해요”
여가수로서 메이크업과 스타일링 등 비주얼 면 역시 놓치고 갈 수 없는 포인트. 임정희는 “실력 칭찬보다도 외모적인 칭찬이 더 좋더라”고 너스레 떨면서도 그 역시 많은 시도와 시안을 거쳐 완성되는 작품임을 강조했다.
‘음원보다 라이브가 더 좋다’는 압도적인 반응에 대해서도 “라이브 무대에서는 이런저런 경험이 쌓이고 새로운 감정도 더해지다 보니 좋게 들리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음원은 다듬어져 수록되는데 라이브는 호흡 하나하나가 들리니까, 감정이나 라이브가 주는 재미가 더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임정희 하면 ‘노래 잘 하는 가수’로 인식하는 게 중론이지만, 요즘은 특출나다 싶을 정도로 빼어난 보컬리스트들이 아이돌그룹에도 최소 한 팀에 한 명씩은 존재하는 것이 현실. 실력 있는 후배들의 존재는 선배 솔로 가수인 임정희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달리게 하는 윤활류가 되기도 한다.
“(후배들과의) 경쟁이라기보다는, 무엇보다 보기 좋아요. 저도 가수지만 듣는 사람,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이돌들의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죠. (그들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다거나, 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경쟁심리보다는, 후배들에게 자극도 받고 배우는 것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제 음악을 더 오래 들려드릴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임정희의 색깔을 더 확고히 하고 유지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임정희는 “어차피 색깔이 다를 뿐더러 갑자기 퍼포먼스 형으로 바뀔 건 아니기 때문에 트렌드와 제 스타일, 제 색을 잘 조화시켜 나가는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거에 비해 ‘실력’도 상향 평준화됐지만, 현 가요계는 다소 오묘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아이돌 댄스 장르 음악이 순위제 음악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음원 차트에서는 여전히 보컬 중심 음악이 각광받는 것.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상당수가 발라드 곡으로 평가대에 서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죠?(웃음) 그러고보면 제가 노래 연습을 시작했을 때도 아이돌 그룹이 많아져가던 시기였어요. 저 역시 H.O.T와 S.E.S의 팬이었지만 노래 연습할 땐 이은미, 박기영 선배님 노래를 많이 부르고 팝송도 부르곤 했죠. 가요 시장의 현황을 분석적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역시나 대중은 듣기 편하고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9년 여 가수 활동을 통해 느낀, 임정희가 발견한 대중이 원하는 코드는 바로 ‘공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공감할 만한 가사와 편안한 멜로디의 곡으로 대중에 좀 더 다가가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 탓에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더 자신을 오픈하며 편하게 다가가고 싶단다.
2005년 봄, “음악은 내 삶(Music is my life)”라 당차게 외치며 전격 데뷔한 그녀에게 지나간 시간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지난 일을 깊이 생각하는 편이 아니다”라는 임정희였지만 크고 작은 부침 또한 현재의 임정희를 만들어 준 소중한 경험이다.
“엄청난 수준의 만족도는 아니지만, 비교적 잘 해온 것 같아요. 긴 연습생 기간을 돌이켜보면, 그 때 포기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저는 무던하게 그 순간에도 데뷔하는 친구들을 서포트 하면서 트레이닝을 했죠. 그 순간엔 속상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지나고 보니 이만큼 기다려서 데뷔를 했고, 앨범 활동을 하면서 미국도 다녀오고 그랬죠.”
2008년, 임정희는 당시로서 파격적인 미국 진출 행보를 택했지만 현지 경기 침체 여파로 결국 성사시키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내심 좌절했을 법도 하지만 임정희는 “돌이켜보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했다.
“가수로서 공백이라는 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고, 연습생 7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지칠 수도 있는 시간인데,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앞으로 제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게 됐잖아요. 그 자체로도 감사하고,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발전적인 것들을 생각해볼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데뷔 10년차를 눈앞에 둔 현재, 아직은 때 이른듯 하지만 언젠가부터 꾸준히 그녀를 따라다니는 ‘관록’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과 책임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앨범 준비하면서도 제가 몇년차 가수인지 특별히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후배들과 직접 방송 활동을 해보니 (연차가) 와닿더군요. 아직은 관록이라는 말이 어색하고, 그 정도 실력이나 내공을 갖췄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이켜보니, 예전에 비해 여러 가지 노하우들을 습득했더라고요. 이제 한번 쯤 되돌아볼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관록을 쌓아가야 할 지를 고민할 시점이고, 가수의 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