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감독은 결혼식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만약 제가 이성애자였다면 이효리처럼 조용히 결혼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요란법석을 떨면서 결혼식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혼인신고를 9일에 하려고 했는데 변호인단이 여러 가지 준비들이 필요하다고 해 준비 중”이라며 “혼인신고를 하고 반려될 경우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김조 감독은 특히 “이미 16개 나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 됐다”며 “동성결혼은 세계적 추세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동성결혼이 당연한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축제처럼 진행된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이라는 이름의 결혼식은 변영주ㆍ김태용ㆍ이해영 감독이 사회를 맡았다.
여균동 감독, 배우 류현경, 박희본, 방송인 하리수-미키정 부부, 진중권 교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진선미 민주당 의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의 사회 인사들과 시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주최 측은 방해하는 이들을 제지했고, 김조 감독은 “동요하지 말아 달라. 우리는 괜찮다”며 장내를 정리한 뒤 결혼식을 이어갔다.
3시간 동안 이어진 결혼식 말미 김조 감독은 어머니를 무대에 불렀고, 김조 감독의 어머니는 응원해준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04년 게이 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처음 만난 후 결혼에 골인한 김조 감독과 김 대표는 멕시코 칸쿤과 쿠바로 신혼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김조 감독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의뢰인’(2011) 등을 연출한 유명 감독이다. 2006년 자신이 제작한 영화 ‘후회하지 않아’ 시사회에서 커밍아웃한 뒤 ‘소년, 소녀를 만나다’(2008), ‘친구사이?’(2009),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 등 퀴어 영화를 만들었다.
이후 김조 감독은 김 대표와 함께 지난해 10월 레인보우팩토리를 차렸다. 퀴어 영화를 제작하거나 수입하는 영화사다.
한편 결혼식 축의금은 성소수자들을 위한 ‘신나는 센터’ 건립에 사용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