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팀 내 당당함과 스마트함을 담당하고 있는 코드명 ‘글로벌’ 애슐리(최빛나)를 비롯해 코드명 ‘퓨어(청순)’ 리세(권리세), 코드명 ‘러블리’ 은비(고은비), 코드명 ‘펑키’ 소정(이소정), 코드명 ‘시크 프리티’ 주니(김주미)까지. 올해 초 데뷔한 5인조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Ladi’s code)는 단연 눈여겨봐야 할 신예로 급부상했다.
프로듀서 슈퍼창따이와 호흡을 맞춘 ‘예뻐 예뻐’는 펑키한 기타 리듬에 브라스가 첨가된 경쾌한 댄스곡. 앞서 공개된 뮤직비디오만 봐도 레이디스 코드의 확 달라진 매력이 엿보인다.
“사실 ‘나쁜 여자’ 때부터 기획돼 있던 콘셉트였어요. 도도한 차도녀 콘셉트로 데뷔했지만 두 번째 앨범에서는 반전 매력을 보여줄 계획이었죠.”
불과 몇 달 만에 상반된 콘셉트로 대중 앞에 나서는 건 두려우면서도 즐거운 모험이기도 하다. 이들은 “‘나쁜 여자’에서 보여준 첫인상은 시크하고 말 없는 콘셉트였는데 상반된 느낌을 표현하려니 어떤 반응이 올 지 걱정도 되고. 한편으론 기대도 됐다”며 방긋 웃었다.
자칭 ‘나쁜 여자’라던 이들은 이제 못난이 분장을 해도 예쁘고 자신감 넘치는 ‘예쁜 여자’가 됐다. 언뜻 달라진 듯 하지만 당당함이 매력인 이 시대, 스스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쁘다”는 당찬 가사는 광의에서 전작과 궤를 같이 한다.
“태어날 때부터 예뻐” 등의 가사는 단편적으로 ‘공주병’에 걸린 여자들의 이른바 ‘자뻑 송’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레이디스 코드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가지면 그 자체로서 예쁘다는 경쾌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가사에 등장하는 각 파트별로 멤버들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녹음 과정이 더 재미있었다고. ‘예뻐 예뻐’를 공개하기에 앞서 스스로 콤플렉스를 극복해보자는 취지의 질문을 던지자 망설임 끝에 멤버들이 하나 둘 입을 연다.
“평소 스스로 잘 못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고 자신감이 없는 편이었는데, 이번 노래를 준비하면서 특히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니까요. 외모적인 부분은, 갈비뼈가 커서 상체가 좀 커보이는 게 아쉽지만요.”(애슐리)
“저는 볼살 때문에 얼굴이 동그랗게 보이는 편이라 처음엔 잘 웃지도 못하고 측면으로 보이게 하는 편이었는데 가사 속에 ‘얼굴로는 어디를 가도 빠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맡게 돼 가사를 통해 힘을 받고 있어요.”(주니)
“저는 콤플렉스라기 보다는, 1집 활동 당시엔 무대 위에서 자신감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예뻐 예뻐’를 계속 연습하다 보니 노래의 영향인지, 계속 입으로 예쁘다 말하니까 진짜 예쁜 것 같기도 하고 이전보다 더 낙천적이 됐어요.”(은비)
“저는 스스로 외모에 자신이 없는 편이었어요. 스스로 ‘메인보컬은 외모가 좀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어 체중 감량을 했는데, 너무 많이 해서 몸 자체가 작아진 느낌이에요. 지금은 너무 왜소해진 게 고민인데, ‘예뻐 예뻐’를 통해 점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소정)
‘헤이츄’를 통해 데뷔 4개월 만에 차트 정상에 오른 레이디스 코드. 하지만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기가 더 어려운 게 요즘 가요계. 레이디스 코드만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일단, 특별해야 할 것 같아요. 요즘은 독특한 분들이 주목받잖아요. 끊임없이 매 주 신인이 등장하고 매 주 컴백이 있죠.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우리만의 특별함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걱정되기도 하지만 실력적으로도 많이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소정)
특히 아이돌에게는 다재다능함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시대. 레이디스 코드 역시 가수로서는 물론, 예능 연기 뮤지컬 무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싶은 포부를 갖고 있다.
“선배님들이 워낙 대단한 분들이라 우리 역시 자부심이 있어요. 특히 아이비 선배님의 경우 아가미가 없다고, ‘꼬리 없는 물고기’라고 부를 정도죠. 춤을 추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노래 부르시는 게 너무 대단하세요. ‘너희도 15년 쯤 하면 할 수 있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시지만 평소 굉장한 노력파시거든요.”
레이디스 코드에 앞서 지드래곤, 박진영, 카라 등이 동시에 컴백하며 ‘9월 가요대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레이디스 코드는 “우리도 (음원 차트에서) 그 사이 어딘가에 들어가 있으려나 싶다”면서도 “음악 방송에서도 1위를 꼭 해보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내놨다.
“욕심이 많이 생겨요. 다른 그룹이나 신인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모니터를 하면서 더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요즘은 워낙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웬만큼 해서는 뛰어넘기 힘들죠. 하지만 노래도, 춤도 더 잘 추고 싶어요. 우리 무대에 환호해주시는 팬들이 계시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많고 많은 아이돌 가운데서도 레이디스 코드가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서로 멤버들을 보면 왜 사랑받는지 알겠는데 정작 본인들은 모르겠다는 겸손함으로 무장한 다섯 명이 입을 모았다.
“우린 여성팬들이 굉장히 많아요. 아무래도 여성을 대변하는 그룹이라 그렇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보통 걸그룹이면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나? 하하. ‘예뻐 예뻐’ 이후에는 남성 팬들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번 활동을 통해 레이디스 코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심어주겠다는 특별한 각오도 덧붙였다. “‘나쁜 여자’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아직 저희를 잘 모르는 분들도 많으세요. ‘예뻐 예뻐’를 통해 레이디스 코드를 알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도 다 아시는 국민 걸그룹이 되는 게 꿈입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