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가 극찬을 아끼지 않던 김병준 감독은 28살의 어린나이에도 남다른 스토리텔링과 연출력이 고스란히 표현된 ‘개똥이’ 덕분에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 감독에 이어 두 번째 대학생 감독의 탄생을 알렸다. 이는 윤 감독 후 7년 만에 대학생 감독이 만든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사례이기에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의미하는 바가 크다.
김 감독은 ‘개똥이’를 통해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어린시절의 기억 속에 갇힌 채 성장이 멈춘 한 남자의 결핍과 파국으로 치닫는 사랑 이야기를 표현했다. 이는 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의 일부를 녹여낸 것이기에 ‘개똥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이다.
“나의 부모님은 따로 산다. 순탄치 않은 부모님의 결혼생활을 봐왔기에 주변사람들에게 종종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란 것 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런저런 문제들 때문에 나는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는데 이점이 ‘개똥이’에 많이 반영된 것 같다. 개똥이가 나의 분신이라고 생각한 후 연출한 것은 아니고, 그가 처한 상황이나 문제점들이 나와 비슷하다. 물론 나는 개똥이처럼 방치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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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개똥이’로 초청받은 김병준 감독이 윤종빈 감독 이후 7년 만에 대학생 영화감독의 탄생을 알렸다. 사진=MBN스타 사진부 |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개똥이’를 본 일부 관객들이 어느 부분에 대해 ‘개똥이 스스로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라 단지 조금은 철없는 나쁜 짓을 할 때 이를 혼내줄 사람이 없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넣은 것이다. 또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의 틀은 깬 상태에서 ‘개똥이’를 봐주길 바란 것이다. ‘개똥이’로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없지만 그냥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개똥이’ 제작 전부터 김병준 감독은 다양한 장편영화들을 만들면서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질을 키워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23살에 처음 찍은 ‘늪’은 첫 작품이자 동시에 2008 메이드 인 부산독립영화제 본선에 진출했다. 그 후 ‘낮선’(20111 모나코 국제영화제 학생단편 경쟁부문, 2011 메이드 인 부산독립영화제 본선) ‘운수좋은날’(2011 메이드 인 부산국제독립영화제 본선) 등의 화려한 기록들로 영화감독으로서 조금씩 인정을 받고 있다. 때문에 ‘개똥이’에 대한 약간의 자신감이 있을 터.
“솔직히 자신도 없고 부담도 없다. 첫 배급이라 긴장은 된다. 그러나 나는 애당초 영화를 제작할 때 개봉된다, 영화제에 간다 등의 현실적인 목적의식이 없기에 개봉 자체가 뜻 깊은 건 사실이다. 또 어린 감독이란 수식어가 자주 붙곤 하는데 이 역시 좋지도 싫지도 않다. 단지 군대를 다녀온 후 졸업하고 취업에 대한 막막함이 있을 내 나이또래의 남자들에게 작게 남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하하)”
어린나이의 영화감독으로 주목을 받고있는 상황에 대해 김 감독은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운과 타이밍이 좋아 이 자리에 온 것”이라고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겸손함 속에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기에 그는 이미 28살에 영화감독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무슨 계기로 영화라는 세상에 매료된 것일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늘 영화감독을 꿈꿨다. 초등학생 때 바쁜 아버지 때문에 작은아버지 댁에 자주 놀러갔다. 어느 날 작은 아버지와 텔레비전으로 영화를 보는데 정말 흥미진진하고 스펙터클 하더라 그래서 아버지를 졸라 비디오 기계를 구입했고, 영화를 보는 방법을 몰랐기에 비디오 대여점에 있는 영화들을 차례대로 빌려 봤다. 우연히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제8요일’을 관람했는데 몸에 전율이 멈추지 않고 자꾸만 눈물이 나고 여운이 가시질 않더라. 주인공의 삶에 대해 궁금해지고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도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감독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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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감독은 초등학교 저학년때 우연히 접한 ‘제8요일’ 덕분에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게 됐다. 사진=MBN스타 사진부 |
“‘못’은 원래 망치로 두드리는 못인데 영화에서는 중의적이기는 하나 연못 할 때 못이다. 네 명의 고등학생이 등장하는데 서로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생기고 이것이 공개되면서 친했던 사이가 단번에 틀어지고, 결국 극단적인 상황에 치닫는 내용이 담겨있다. 상업적인 부분도 있고 시나리오 단계부터 긴장감이 고조되는 요소가 등장하기에 흥미롭고 많은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 있다. 솔직히 ‘개똥이’는 스스로 일기장을 쓰듯 만든 작품이라 배 아파서 낳은 자식같아 보면 아프고 누구에게 관람을 제안하기도 애매하다. 아픈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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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감독은 장진처럼 다작하는 영화감독이 되고싶다고 전했다. 사진=MBN스타 사진부 |
“나는 영화감독 장진처럼 매년 한 편씩 작품을 제작하는 다작 감독이 되고싶다. 물론 운이 좋아서 단편영화를 한 편씩 자주 찍고 있지만 할 수 있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작품에 담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