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아내 대신 다른 여자를 품고있는 아빠와 그런 남편을 늘 의심하며 술로 불안함을 달래려는 엄마, 너무도 불완전한 부부사이에서 도무지 방향을 잡지 못하는 아들이 한 지붕 아래에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산다. 두 눈으로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엄마는 그간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키며 결국 실수인지 고의인지 남편이 아닌 아들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 때문에 아들은 졸지에 욕망을 잃고 만다.
손 써볼 겨를도 없이 한 순간에 욕망을 거세당한 아들은 눈물만 흘리고, 이때부터 아버지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아들의 욕망찾아주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아도 모자랄 시간에 도리어 씻을 수 없는 평생의 상처를 받게 된 아들은 자꾸만 엇나가고 욕망을 채우려 노력하지만 좀처럼 쉽지않아 쓴 맛을 보기도 한다.
아들은 아들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욕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인터넷 검색만으로 늘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이와 달리 적극적인 아들은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욕망 찾기에 나선다. 어찌 보면 욕망찾기에 대한 두 사람의 방식이 너무도 달라 상처를 받은 자와 받지않은 자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력 끝에 아버지가 찾아온 욕망에는 고통이 수반하지만 아들은 결국 아버지의 뜻을 따른다. 시간이 흘러 아들은 욕망을 되찾지만 이는 결국 아버지에게 상처를 주는 격이기에 두 사람의 상처는 되풀이된다.
아버지의 외도 때문에 상처를 입은 아들을 연기한 배우 서영주의 나이는 겨우 16살이다. 미성년자가 주연으로 등장하기에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가 나와 그의 어린나이는 영화의 완성도를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들게 만든다. 그러나 오히려 순수한 얼굴을 하고있는 서영주이기에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과연 16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쾌락과 분노, 행복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베테랑 배우 못지않은 연기내공을 발휘한다.
대사가 전혀없어 보는 내내 답답함을 느끼게 하지만, 서영주의 눈빛과 내면연기는 수백마디의 대사보다 더 알차고 순수한 눈빛이 욕망을 거세당한 후 점점 매섭게 변해가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뫼비우스’는 청소년 관람불가이기에 정작 소름돋는 연기를 선보인 당사자는 작품을 감상할 수 없어 아쉽기까지 하다.
서영주는 2008년 영화 ‘쌍화점’에서 어린 한백 역을 맡아 단역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 후 ‘살인의 강’ ‘도둑들’ ‘내 마음이 들리니’ ‘가족사진’ ‘메이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쌓아왔다. 그 결과 영화계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받고 ‘범죄소년’에서 당당히 주연자리를 차지하며 연기력을 맘껏 발휘한다. 노력이 빛을 발하듯 도쿄 국제영화제, 씨네마닐라 국제영화제에서 해외영화제 국내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인 바 있다.
서영주가 어린나이에도 베테랑배우 다운 연기력을 ‘뫼비우스’에서 맘껏 발휘한다. 사진=스틸, 뫼비우스 포스터 |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 상영가 때문에 두 번의 고충을 겪은 바 있는 ‘뫼비우스’는 가볍게 관람하기에는 어둡고 무거워 약간의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오는 9월 5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