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는 하늘을 동경한 소년, 소년의 꿈까지도 사랑한 소녀의 아름답고 가슴 시린 로맨스를 담은 영화. 일본에서 개봉해 6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28일 개막한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황금사자상을 노리고 있는 작품이다.
-‘바람이 분다’의 기획 의도는?
지금까지와 다른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판타지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시대에 와있다고 느꼈고, 그래서 한번 판타지가 아닌 현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
어린이를 위한 영화를 제작하는 일은 상업주의와 타협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에 동요치 않는 어른으로 있어야만 한다. 현재, 세계는 대변동기에 접어들면서, 시대의 톱니바퀴가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이 시대 속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 지독히도 많은 질문 받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잠깐 기다리게 하고, 한 소년으로 돌아와서, 어려웠던 진심의 시대에 살아 본 것이 이번 작품 ‘바람이 분다’이다.
답이 되리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무릇 네 손이 일을 당하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지어다’라는 구약성서의 한 구절 말씀이 제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영화에서 ‘바람이 분다 살아야한다. 살아있는 것이 멋지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한다면?
바람은 산뜻한 바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대의 거친 바람, 방사선을 포함한 독이 든 바람도 불어 댄다. 동시에 바람이 일어나는 것은 생명이 빛나는 증거이기도 하다. ‘세계는 있다. 세계는 살아 있다. 나도 너도 살아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이해하고 있다.
-영화 ‘바람이 분다’에서 바람의 의미는?
세계이며 생명이며 시대이다.
-지진으로 도쿄가 불타는 장면에서 괴음을 넣은 이유는?
소리는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큰음향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은 부분도 있으며, 소음에서도 희미하게 벌레 소리를 들었던 적도 있다. 소리는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표현하는 음으로 넣어봤다.
-지로와 나호코의 러브스토리에서 중점을 준 부분은?
사랑에 대한 확고한 마음을 그리고 싶었다.
-지로에게 카프로니 백작이란 어떤 존재인지? 카프로니 백작을 내세운 이유는?
카프로니는 인생의 선배다. 이 사람의 의견도 변화해간다. 비행기는 멋있는 꿈이다. 비행기는 멋있지만 저주받은 꿈이다. 카프로니도 다시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인류의 역사를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라도 ‘멋있는 꿈이다’라고 카프로니가 계속 말해준다면 그는 악마가 아닐까.
-효과음을 기계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로 작업한 이유와 에피소드에 대해서
너무 예전 낡은 엔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소리를 얻을 수가 없고, 비행기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엔진소리가 시끄러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녹음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사람소리로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저는 비행기 엔진소리를 잘 낸다고 자신하기 때문에 이번에 음향감독을 하고 SE(효과음)를 만든 분과 얘기하고 여러 소리를 내보았으나, 출연은 안 했다.
인간의 목소리는 잡음이 아니라 역시 소리다. 그래서 너무 오버하면 음악과 같은 힘을 가지게 되므로, 그에 있어서의 안배는 많은 회의를 거쳐 정했다.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 음향전문가 ‘가사마츠 코지’와 이 부분은 효과음을 줄이고 음악을 강조하자 라든가, 이 부분은 음악을 줄이자 라든가… 그런 부분은 지금까지 작업한 중에서 가장 팀워크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 음향효과 이외에도 감독님이 고수했던 아날로그 방식 작업이 있는지?
연필로 그리는 것, 붓으로 그리는 것. 컴퓨터를 사용해 여러 가지 효과를 넣어도 근본적으로는 사람의 손으로 그릴 것이라는 조건을 지키고 있다.
-이번 작품을 작업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 지로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저희 부부는 검소하게 살려고 마음먹고 있지만, 모든 돈을 의미있는 곳에 모금 운동하거나 기부하고 있지는 않다. 시대의 삶을 사는 것은 그 시대 사회의 왜곡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왜곡은 자기 자신의 왜곡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좋다. 영화가 너무 길어서 끝낼 수 없는 거 아닌가라는 불안과 함께 싸운 2년이었다.
-마지막 장면, 지로와 카프로니의 만남을 통해 감독님께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카프로니가 마지막에 “자네는 살아야하네. 그전에 들렀다 가게. 좋은 와인이 있거든”이라고 말한다. 이야말로 인생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지로는 사랑은 잃지 않았다. 비행기를 만들 찬스가 없어도 멋있는 비행기에 대한 애정도 잃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