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혁(37)은 영화 ‘감기’를 촬영한 고생담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스크린을 통해 전해져 오는 건 “우리 이만큼 고생했소!”인데 그에게는 별것 없었나 보다. 하긴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예능 ‘일밤-진짜사나이’에서 열혈 병사 장혁 아닌가. 뭐든지 의욕적이고 잘하는 ‘이등병’ 장혁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렇게 생각할 때쯤 장혁은 “안 힘든 건 거짓말이다. 견딜 만한 정도”라고 정정했다. 그러면서 “체력적인 것보다는 오히려 캐릭터를 잡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강지구를 보고 김성수 감독에게 “에이~ 감독님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말도 안 돼! 영웅적이지 않은 느낌으로 그려주세요!”라고 했단다. 그런 뒤 촬영에 들어갔다.
“감독님이 저와 지구가 닮았다고 하는데 사실 처음에는 뭐가 닮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읽다 보니 흡사한 부분은 있더라고요. 뭔가 인간적인 면에서 당기는 게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가야 한다는 것이죠. 강지구라는 친구가 그게 있더라고요.”(웃음)
장혁은 영화나 캐릭터를 이야기할 때 무척이나 진지했다. ‘진짜 사나이’의 에피소드를 전할 때, 그리고 병역 비리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물었을 때도 조심스러워했지만 열정적으로, 또 진지하게 답했다.
“지구가 영웅 같다고 하는데 사실 미르 말고 도와준 게 없어요. 미르를 도와준 것도 나 때문에 미르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다른 사람을 도와주러 갔다가 미르를 잃어버린 거잖아요. 기본적인 성향의 죄의식이 있던 거죠. 다른 이유 때문이지만 나 때문에 아이가 변종 바이러스에 걸린 건가 상상할 수도 있는 거예요. 엄마 인해에게 미르를 데려다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소시민적인 생각의 행동일 뿐인 거죠.”
장혁은 ‘진짜 사나이’에서 군인으로 나오니 구급대원과 군인 중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는 “절권도와 복싱을 배우는데 누군가 격투기 운동에서 어떤 게 센지를 묻는 것 같다”며 “모르겠다. 구조대원의 간접적인 경험을 하긴 했지만 제대로는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구조대원은 사명감이 있겠지만, 동료애 또한 크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짚었다. 진지한 ‘진짜 사나이’다.
“과거에 잘못한 부분은 지워지지 않아요. 하지만 그것을 의식해 행동이 제약되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30대의 시작이 군대가 됐는데 개인적으로 바닥이 돼버렸어요. 10년 동안 장혁으로 불렸는데 군대에서 정용준(본명)이 되고 보니 다시 한 번 생각의 여지가 생기게 되더라고요. 현장의 절실함 등도 알게 되고 많은 변화가 있었죠. 적극적인 자세가 됐는데 정말 고맙게도 전역하고 나서 좋은 일들만 생겨 지금까지 계속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우연히 ‘진짜 사나이’를 봤는데 그 안에 다시 들어가면 40대를 앞둔 내게 뭔가를 다시 시작했을 때의 느낌이 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장혁은 “처음 ‘진짜사나이’를 봤을 때 예능 같다고 생각을 안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결과론적으로 1주일을 갔다 오면 힐링(치유)이 돼 있다”고 좋아했다. 현재는 촬영을 가는 게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는 장혁. 물론 기상나팔 소리를 오랜만에 다시 듣게 됐을 때는 “내가 왜 여기 있지? 후회하기 시작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웃기도 했다.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김성수 감독과 함께한 장혁은 공교롭게도 김 감독의 전작 ‘영어 완전정복’(2003)에 이어 이번에도 주인공으로 나섰다. 중간에 몇몇 작품이 엎어져 고배를 마신 김 감독이 재기를 꿈꾸는 작품이다. 장혁이 10년 만에 다시 만난 김 감독에게서 느낀 건 뭘까?
“현장에서 제일 즐거워하신다는 걸 느꼈죠. 열정과 열의는 원래부터 있었고, 현장을 그리워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어요. 현장에 펼쳐져 있는 것들을 통제하는 그 느낌이 유쾌하고 즐거웠죠. 연배가 좀 있으신데 전 오히려 그런 감독님들이 많이 활동하셨으면 좋겠어요.”
“진짜 딸이 있으면 좋다는 얘기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었어요. 실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그런데 아이가 남자나 여자로 태어날 확률이 반반이잖아. 딸로 태어나는 반이면 좋은데. 나머지면…. 어휴. 아들이 3형제가 되는 거니까 결단하기 쉽지 않아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