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눈을 깜박이는 선미가 인사를 건넸다. 원더걸스의 귀여운 막내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지만 긴 공백을 보내는 동알 외적으로 한층 성숙해진 선미의 모습이 먼저 눈에 띈다. 이제 갓 스물 두 살이지만 많이, 그리고 ‘잘’ 컸다는 느낌이 머리를 스친다.
학업 등을 이유로 팀에서 탈퇴해 평범한 삶을 보낸 지 벌써 3년을 훌쩍 넘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근황도 이제는 애잔해질 무렵, 전격 컴백을 알려왔다. 원더걸스로의 귀환이 아닌, 솔로 여가수 선미로의 당당한 컴백이다.
“공백기도 있다 보니 다들 내 일처럼 걱정을 많이 해주세요. 뭐랄까, 다른 사람을 응원할 때보다 더 애틋하다 할까요. 회사 직원분들도요. 원래 뮤직비디오 촬영 하거나 자켓 촬영할 때 필요 인원 외에는 안 오시는데 이번에 제가 촬영할 때는 전부 다 와주신 거죠(웃음). 워낙 저를 어릴 때부터 보셨던 분들이라 다들 애틋한 게 있으신 것 같아요.”
16일,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선미는 밝게 웃는 얼굴로 재잘재잘 말을 이어갔다. 모처럼 대중 앞에 서는 설레는 감정을 숨길 순 없었지만 컴백을 알린 직후 쏟아진 분분한 반응에 대한 속내도 냉정하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일단, 어느 정도 그런 반응은 예상 했어요. ‘잘 될까?’ 싶은, 아리송한 반응이요. 사실 제가 그룹 활동 때도 그렇게 눈에 띄는 멤버도 아니었고, ‘원더걸스 선미’ 하면 막내, 귀여운 아이 정도로만 생각해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당시엔 제가 가진 뭔가를 보여줄 기회도 없었고 보여드린 적도 없었고, 또 그 땐 저 자신도 제가 뭘 갖고 있었는지 헷갈려 하고 의심하기도 했거든요. 당연히 대중은 그걸 모르시니까 제가 다시 나온다 했을 때 어떤 모습을 상상하실 지 궁금하기도 해요.”
모처럼 내놓는 신곡 제목은 ‘24시간이 모자라’. 최근 선미의 근황 역시 노래 제목과 같다 했다. “24시간이 정말 모자라요. 준비하고 스케줄 소화하고 저녁에 연습하다 보면 잘 시간도 없죠. 또 한편으론 잠이 잘 안 와요. 어쩌다 잘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너무 떨려서 잠이 안 와요. 계속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뮤직비디오 역시 32시간 동안 찍었다고 한다. 인터뷰 중 살짝 공개한 뮤직비디오 영상은 기존 선미의 이미지와는 특히 다른, 파격적인 느낌이 강하다. 소녀에서 여자로 변모해가는 모습이 담긴 섹시 콘셉트가 인상적이다. 변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컨셉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제 나이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요구한 게 아닌, 스물 두 살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섹시함으로 어필하고 싶었죠. 요즘 ‘섹시’ 하면 좀 정형화된 게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긴 웨이브에 짙은 스모키, 야한 옷 야한 눈빛 하이힐 등. 그런 건 피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머리도 자르고, 하이힐도 버리고 맨발로 나왔죠(웃음).”
실제로 선미는 ‘생얼’에 가까울 정도로 옅은 화장으로 순수미를 더하고 있다. 이는 원더걸스 활동 때와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기도 하다. “‘노바디’ 등으로 활동할 땐 화장이 짙었는데, 이번에는 연하게 했어요. 뮤직비디오에서 (아이)라인도 안 그리고 속눈썹도 안 붙인 정말 내추럴한 모습으로 나오는데, 어색했어요 정말. 뭔가 헐벗은 느낌이랄까?(웃음). 나만의 새로운 느낌을 보여드리고자 신선하게 담으려 했어요.”
솔로 컴백을 앞두고 프로듀서 박진영과 제일 많이 나눈 이야기는 ‘가장 선미다운’ 느낌이었다. “작년 12월에 박진영 씨가 ‘내가 생각하는 너의 그림이 머릿속에 있다’라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이후 여러 가지 춤과 노래가 담긴 영상을 제가 많이 보여드렸는데, 그걸 보고 박진영 씨가 노래를 쓰셨다며 들으러 오라 해서 갔죠. 당시 박진영 씨는 ‘네가 준비만 되면 언제든 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솔직히, 파격적이려면 훨씬 더 파격적일 수 있죠. 그런데 박진영 씨는 내 나이에서 할 수 있는, 너무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어필하는 게 더 설득력 있고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 판단하셨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더 파격적인 걸 하고 싶었는데 PD님께서 ‘차츰 차츰 보여주자’고 하셨죠.”
컴백 날짜가 정해지고 말 그대로 ‘카운트다운’에 돌입하자, 선미의 각오는 또 달라졌다. “연습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이걸(무대 위 가수) 좋아하는지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어느 정도 내가 이걸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이번엔 확실해졌죠. 그토록 하고 싶은 일을 안 하고 있었던 터라 그런지 독기가 뿜어져나왔고, 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매진했던 것 같아요.”
맨발에 (거의) 민낯으로 돌아오는 선미는 이전 원더걸스 선미에게 당당하게 안녕(bye)을 외친다. 그리고 스스로 마주한 또 다른 선미에게, 오랫동안 기다려 준 팬들에게 비로소 안녕(hello) 인사를 전한다. 그런 그녀에게 대중 또한 아마도,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어줄 것이다.
그럼에도 선미는 들뜨지 않고 천천히 가수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말 오랫동안 가수로 활동하고 싶어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이번에도 정말 잘 됐으면 좋겠는데, 열심히 준비한 모습 완벽하게 보여드릴테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