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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들어도 귀신이나 악령보다 더 무서운 공포가 느껴진다. 특히 요즘 들어 제대로 된 공포물이 없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영화가 없었는데, 스릴러 ‘숨바꼭질’(감독 허정)은 공포라는 감정을 짙게 전한다.
영화는 항구도시의 허름한 아파트 동네에서 시작한다. 투덜거리는 여자가 헬멧을 쓴 괴한에게 살해당하고, 이 아파트는 더 음습하게 느껴진다.
성수(손현주)는 다른 곳에 산다. 아파트 단지도 최고급이고, 차도 고급이다.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는 성수. 인연을 끊고 살던 형이 행방불명됐다는 전화다. 성수는 과거 잊고 싶었던 일들과 이복형을 모함한 일이 떠오른다. 자신의 과거 잘못을 아는 성수는 그간 보이지는 않았지만 환영으로 나타나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형을 찾아 나선다.
항구 도시의 허름한 아파트가 형의 동네다. 형의 집 317호를 조사하다 아파트 집집이 이상한 기호가 적혀있는 걸 발견한 성수. 그 집의 가족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한 기호들이다.
와중에 성수와 함께 왔다가 아파트 단지 밖에서 기다리는 아내(전미선)와 아이들에게 괴한이 다가오고, 이 아파트 주민 주희(문정희)는 이들을 도와준다. 깜짝 놀라 달려온 성수. 주희는 성수네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해 호의를 베푼다.
하지만 317호 남자가 성수네 가족과 관계가 있다는 소리를 듣자 경악한다. 주희는 “변태 괴물 새끼는 격리시켜야 해. 그만 좀 훔쳐보라 그래. 우리 좀 그만 괴롭혀”라고 소리 지르며 이들을 쫓아낸다. 성수는 형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남고, 아내와 아이들은 먼저 집으로 돌아가지만 헬멧을 쓴 괴한이 성수네 가족을 노리며 공포감을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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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하는 것처럼 사라졌다 나타나는 사람들이 전하는 공포감도 크게 와 닿는다.
손현주가 드라마 ‘추적자’에 이어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으로 나오는데 전작의 후광효과를 입으려는 의도는 아니다. 극 중 성수는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한 ‘추적자’의 백홍석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물론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은 같겠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고, 이야기 전개다. 특히 손현주는 결벽증이 극심한 인물로 묘사되는데, 무서울 정도로 표현된다.
손현주 못지않게 주목할 배우는 이웃집 여자로 나오는 문정희다. 공포에 질린 얼굴에 꾀죄죄하며, 어수룩해 보이는 주희.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한듯한 얼굴로 나오는 그는 극이 흐르면서 뇌리에 깊이 박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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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면 ‘내 집에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 섬뜩하다. 아파트에 산다면 더 그렇다.
현관 초인종 옆에 의문의 암호로 거주인의 성별, 수를 표시해 숨어 살 집을 고른다는 괴담과 실제 뉴욕에서 촬영된 남의 집에 숨어 사는 여성의 CCTV 영상 등이 각종 뉴스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돼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