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15일 오후, 새 앨범 홍보 차 인터뷰를 하러 온 가수 치고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함이 엿보였다. 보통 가수들이라면 활기차게 인사를 하거나,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 찬 사무실의 분위기에 주눅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날 본사를 찾은 로이킴의 모습은 여느 가수들과는 조금 달랐다. 불안해 보였고, 조심스러웠다.
인터뷰 이틀 전인 지난 13일 로이킴은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자신의 첫 단독콘서트에서 오해를 살만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로이킴은 자작곡 중 하나인 ‘축가’를 부르기 전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이 결혼식 축가를 부르는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다. 그런데 따라했다고 비난을 많이 받았다”며 “‘축가’는 내가 전부 작곡한 것이지만 불편하다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장범준을 언급하겠다”고 말했고, 실제 노래 중간 ‘장범준’을 외쳐 비꼰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사진=포츈 엔터테인먼트 |
“이런 말을 지금 상황에서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슈퍼스타K’ 출신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분들이 버스커버스커다. 한 록페스티벌에 가서 버스커버스커 선배의 무대를 보고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경했다. 그런데 내 과실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돼 정말 안타깝다.”
‘논란’이 되었던 사건은 잠시 미뤄두고 앨범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4월 발표한 ‘봄봄봄’에 이어 지난달 25일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까지. 로이킴은 음원차트는 물론이고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르며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잘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 부담을 덜고 ‘한 번 처음부터 시작해보자’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랬더니 운이 따르고 덤으로 큰 상까지 받았다”는 로이킴은 자신의 음악을 ‘힐링’이라고 표현했다. 수많은 사람들 중 누군가는 자신의 음악을 듣고 치유되길 원한다는 것이다.
“지금 사회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내 음악을 듣고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만큼 기여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신곡 ‘러브 러브 러브’도 같은 맥락이다. 사랑할 때 마냥 좋은 감정을 노래하면, 그 감정이 대중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
물론 일부에게는 그의 마음이 전해졌겠지만 ‘모두’에게 그 마음을 전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로이킴의 인기를 반증이라도 하듯 ‘논란’이 쉴 새 없이 터졌다. ‘봄봄봄’은 출시 당시 고(故)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르웨이 밴드 아하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 등과 유사하다면서 표절 시비를 겪었다.
“관심이 있어서 그런 일들도 일어나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당연히 속상하다. 그러나 내가 그 속상함만 가지고 일을 할 거였으면 애초에 음악을 하지 않았을 거다. 이 같은 논란들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표절 시비도 모자라 열애설까지 터졌다. 그는 연이은 구설에 결국 속내를 내비쳤다. “너무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고, ‘연예인이라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 생활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안 힘들진 않다”면서도 “행복할 때도 많으니까…”라고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다.
사진=포츈 엔터테인먼트 |
“회의에 항상 참석해서 의견을 내고 다른 분들이 예쁘게 포장해주셨다. 음이탈도 나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그게 라이브의 묘미가 아닐까? 공연을 끝내고 나니, ‘이래서 공연을 하는 구나’ 싶었다. 기회가 되면 또 무대 서고 싶다.”
로이킴은 ‘러브 러브 러브’를 처음 들고 나왔을 당시 진행했던 쇼케이스에서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보이고, 농담도 받아치지 못하는 정직한 언어구사력을 보였다. 그런데 콘서트에서는 피나는 연습의 결과인지 능청스러움이 능구렁이 급이었다. 특히 술 취한 연기가 일품이더라.
“마냥 진지한 사람은 확실히 아니다. A형이다 보니까 소심하고 찡찡 거리고 낯도 많이 가리고 해서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진지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콘서트는 나를 좋아하고, 내 노래를 들을 준비가 되신 분들이 오시니까 조금 더 여유 있는 척을 했다. (갑자기 몸을 비비 꼬며) 아~ 그 노래(김건모의 ‘서울의 달’,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 술 취한 연기를 선보였다)를 부를 땐 나도 모르게 몸이 늘어진다.”
인터뷰를 중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연기를 선보이는 그의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초반의 무거웠던 분위기가 드디어 깨졌다. 마지막으로 20대의 로이킴과, 먼 미래의 로이킴에 대해 물으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20대의 로이킴은 ‘근심’과 ‘걱정’이다. 더 멋있어 지려고 성숙해져 가는 것 같다. 그리고 50살쯤 되면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여행도 다니고 싶다. 또 근심걱정도 다스릴 수 있고,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의 잘못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내 인생의 목표다.”
인터뷰를 마치는 말로 짧은 목표를 물었더니 그는 단번에 “이번 활동에서 더 이상 파도는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늘도 무색하시지… 인터뷰가 끝나고 몇 시간 뒤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봄봄봄’이 인디 뮤지션 어쿠스틱레인의 ‘러브이즈캐논’(Love is Can
로이킴은 이에 대해 소속사를 통해 다시한번 “여러 가지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고 앞으로 좋음 음악으로 응원해주는 팬들게 실망을 주지는 않겠습니다”라고 전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