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얌마 니 꿈은 뭐니, 니 꿈은 겨우 그거니” - 방탄소년단 데뷔 타이틀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 가사 中
이제 막 꿈에 한 발 다가선 일곱 소년들이 이토록 건방진 질문을 던져댄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감 있는 질문을 던져놓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바꾼다. 한 없이 순수한 얼굴로 대중들의 탄알을 막아내는 방탄소년단에게 묻는다. “그러는 네 꿈은 뭐니”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실 이 가사는 과거의 나에게 하는 이야기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연습생 계약 전까지 전교 1% 안에 들었지만 꿈이 없었다. 어른들이 칭찬해주니까 그 우월감이 좋았던 거지 목적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당시 ‘내 꿈은 뭐지’가 나의 주된 고민거리였다.” (랩몬스터)
“나는 랩몬스터와 반대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고, 음악을 하는 것을 꿈으로 여겨왔다. 나는 꿈이 확고했고, 이를 차근차근 이뤄왔기 때문에 꿈이 없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막연히 꿈 없이 공부를 하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썼다.” (슈가)
꿈 없이 공부했던 랩몬스터와 확고한 꿈이 있었던 슈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생각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결과물이 바로 ‘노 모어 드림’이다. 때문에 듣는 사람들 역시 꿈이 있든 없든 공감을 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처음 만나면서부터 줄곧 느껴왔던 것은 무대 위에서 모습과 아래의 모습이 매치가 안 된다는 점이었다. 반항하적 기질이 다분한 무대에서와는 달리 순수한 아이의 미소를 날려댔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면서 틀에 박힌 것을 싫어했다. 수업시간에도 자고, 떠들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싫어서 벗어나려 했다.” (슈가)
이 정도는 반항도 아니지. 가사에서는 지옥 같은 사회에 반항하고, 학교 때려 치기는 겁나느냐고 묻는 이들인데. 더 심한 일탈이 궁금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런 멤버는 없다”는 싱거운 대답뿐이다.
“본성이 다들 착해서… (자신의 입으로 자랑을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는다) 흔히 오해를 많이 하신다. 사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너무 아이돌스럽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껄렁하지도 않게 그 교차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랩몬스터)
“무대 위와 아래의 차이가 정말 심하다. 우리가 무대 위에 있을 때 ‘사고 치게 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무대 아래에서는 정말 허세 따위는 모르는 순진한 소녀단이다.” (제이홉)
랩몬스터는 유쾌한 농담도 곁들였다. “우린 돈이 없어서 허세를 누릴 수가 없다. 앞으로 돈을 벌면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성공 가능성을 에둘러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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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인지 이들은 같은 시기에 데뷔한 소년공화국과의 경쟁에 있어서도 태연한 반응이었다.
“비슷한 그룹이 나오면 으레 대결구도가 형성이 된다. 예를 들어 선배 그룹 비스트와 엠블랙처럼. 우리도 그런 수순을 밟는 것 같아서 좋다. 라이벌이라면 라이벌일 수 있지만, 서로 자극을 주는 것 같아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각자의 장르에서 최고가 되는 훈훈한 결말이 있었으면 한다.” (랩몬스터)
현재 방탄소년단은 상업적인 그룹과 정통 힙합 그룹의 그 중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차별화 될 수도 있는 전략이지만 그만큼 위태롭기도 하다. 이도저도 아닌 채로 떨어져나가 버리는 게 요즘 가요계의 현실이다.
“그런 식으로 봐주면 우린 좋다. 타이틀곡을 만들 때 상업적이었다가 코어했다가를 반복해 20번 가까이 썼다 지웠다 하며 그 중간점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봐주시면(중간 지점) 성공한 거다. 어떻게 보면 아이돌 팬분들과 힙합 마니아를 모두 우리의 팬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 교차점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렇게 봐주시니 성공한 것 같은 느낌이다.” (슈가)
힙합을 베이스로 한 방탄소년단은 최근 쏟아지는 아이돌 속에서 자신들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고집하며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까지의 반응을 썩 나쁘지 않다. 무대 위에서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거들먹거리는 힙합 소년들. 신인의 거들먹거림에 심기가 불편했던 일부 언니, 오빠들도 이들의 무대 아래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릴 것이다.
이제 막 대중들 앞에서 걸음마를 시작한
“힙합 아이돌에서 이제 멤버 별로 영향력이 엄청난 빅뱅을 닮고 싶다. 우리만의 색깔을 갖고, 우리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싶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