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에 위축되지 않으면서도 트랜드를 따르는 데뷔 28년차 가수 이승철. 그가 정규11집 ‘마이 러브’(My Love)를 들고 대중들에게 또한번 감동을 선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음악이 음원으로 바뀌고 소비의 속도와 잊혀짐의 속도가 LTE 이상인 시대에, 반항이라도 하듯 이승철은 가볍지 않지만 트랜디함을 벗어나지 않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2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대중들에게 음반 한 장을 내밀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장이다.
가수 이승철이 센슈얼리즘을 콘셉트로 한 모던팝 장르의 정규11집 ‘마이 러브’를 발매한다. 사진=루이엔터 제공 |
“앨범의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음악적 기회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리고 보컬의 능력을 발휘하고, 대중성 있는 곡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좋은 노래와 트랜디한 느낌이 섞여서 두 파트로 나누어 앨범을 제작했다.”
아무리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해도 이승철 특유의 색은 감출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곡들이 등장했다. “이게 이승철 노래야?”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전혀 다른 색깔을 띠고 있다 했더니, 역시나 이 곡들은 동아방송대 학생들이 작곡, 작사한 것이었다. 정규 앨범에 기성 작곡가가 아닌 학생들의 곡을 넣는 시도는 모험에 가까웠지만 결과는 제법 성공적이었다.
“전국의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수 없이 많은 것에 비해 실제 음악활동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몇몇 작곡가가 수백 명의 가수를 상대로 곡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발표를 해서 기성가수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면 엄청난 밭이 발견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기회로 좋을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다. 굉장히 수준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09년도부터 시작된 엠넷 ‘슈퍼스타K’에서 매년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 있는 학생들을 접하고 이 같은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이승철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작곡가 전해성 씨 역시 이들의 곡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번 앨범의 방향은 트랜디함이다. 대중적인 앨범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하며 학생들의 곡이 이 방향성에 적합했다는 의견을 곁들였다.
이번 이승철의 앨범은 군더더기 없이 핵심 포인트만 음반에 담는 것으로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했다. 이승철의 창법 역시 무게를 덜고 깔끔하게 표현됐다. 평소 그는 심사위원 자격으로 ‘슈퍼스타K’ 도전자들에게 “본인의 창법을 개발하라”고 조언해왔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팝부터, 록, 발라드, 힙합까지 온갖 장르를 확연히 다른 창법으로 섭렵하고 나섰다.
“나이 든 사람들은 본인의 창법을 갖고 가는 게 위험하다. 덫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옷을 입고 변화해야 한다. 요즘은 발라드도 리드미컬하지 않으면 대중들은 눈도 돌리지 않는다. 그게 트랜드다. 가창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곡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시 된다고 본다. 그런 점에 초점을 두고 음반을 제작했다. 딸에게 들려주고 지루함에 ‘툭’ 놓아버리지 않는 곡들을 넣었다.(웃음).”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이승철이 알찬 앨범으로 팬들을 찾는다 사진=루이엔터 제공 |
“조용필 선배의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후반작업을 들어간 게 아니냐는 설처럼 실제 조용필 선배님의 티저를 보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은택 감독님을 모시고 이청아, 남규리, 로이킴, 정준영 등을 동원한 티저를 완성했다. 결과적으로 조용필 형이 이정표를 준 셈이다.”
그는 선배들의 엄청난 활약을 접하고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이를 자신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6월 대거 컴백, 혹은 데뷔하는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오히려 “내 음악이 잘 될까봐 부담된다”며 재치 있는 발언으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실은 그렇다. 우리는 정규앨범을 냈는데 싱글과 붙는 것은 좀 섭섭하다. 이게 어떻게 만들어낸 앨범인데... 수억 원을 쓰면서 만들어내고 있는데 싱글과 비교해 순위를 결정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음악은 트랜드에 발맞추어 나가는 이승철이지만,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만큼은 디지털화된 시대의 흐름에 반기를 들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디지털화된 시대에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에 위축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와 함께 자라온 팬들은 그 향취를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 앨범 역시 팬 서비스의 일종이다. 노래는 팬을 위해서 하는 거니까...”
급변하는 가요시장에서도 그가 아날로그적인 음반을 고수하는 이유다. 심지어 그는 이번 앨범 트랙리스트의 순서를 팬들의 인기투표로 배치했다. 사전에 팬 30명을 녹음실에 초청해 노래를 들려준 후 투표를 거쳐 득표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음반을 ‘팬서비스’ 차원으로 생각하는 그는 팬들에게 최대한 오래, 많은, 그리고 좋은 곡들을 들려주길 원했다.
“내가 늙고 난 후 아무도 내 음악을 제작해주지 않을 때 직접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이 녹음실을 만든 거다. 죽기 전까지는 여기서 녹음을 하고, 팬들에게 많은 곡들을 들려주고 싶다. 집사람은 싫어하겠지만...(웃음)”
“이제 곧 ‘슈퍼
[MBN스타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