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운데 외로운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까” 유리왕-황조가(黃鳥歌)
매번 짝사랑 연기로 시청자들을 찾았던 이상엽이 또 짝사랑 연기를 한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도 김태희를 바라보는 것. 얼마나 많은 짝사랑을 했냐고?
“훨훨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운데 외로운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까” 사진=이현지 기자 |
그래서 이상엽과의 인터뷰는 그의 쓰린 가슴을 달래주는 약간의 요소를 가미한 ‘힐링’ 인터뷰로 이름 지었다. 기자가 보기에도 그저 딱해 보이는데, 자신의 마음은 오죽하랴.
“딱히 안타깝진 않지만 조금 심심하다. 극중 커플들이 지나가면 나는 뒤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화가 많지 않아서 심심한 거 빼고는 괜찮다.”
거짓말. 괜찮을 리가 있겠는가. 당연히 주연 욕심이 없을 수 없을 텐데 그는 끝까지 “괜찮다”며 자신을 위로했다.
“사실 동평군은 바보다. 어쩔 수 없는 바보. 내가 사랑하는 옥정(김태희 분)이 왕의 여자니 뭐라고 할 수가 없지 않느냐. 가끔 ‘동평군이 왜 여기 있는 거지’라는 생각도 하지만 감독님이 생각해서 쓰신 거니까...”
이거 봐라. 괜찮다고는 하지만 말끝에서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이상엽의 말처럼 그는 옥정을 포기해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를 두고 그는 ‘꺾을 수 없는 꽃, 넘을 수 없는 담’이라는 대사로 표현한 바 있다. 드라마에서 짝사랑, 실제 생활에서도 그렇다면 정말 이 배우 끝도 없이 불쌍해질 것 같다. 실제 이런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을까.
“나는 가능성을 보고 덤빈다. 가능성이 없으면 애초에 도전 따위도 하지 않는다. 짝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그런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 마음을 전하긴 할 거다. 선택은 여자에게 맡기겠다. 난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아니다 싶으면 포기도 빠르다.”
짝사랑도 모자라 분량까지 확연히 줄었지만 이상엽은 마지막 한 방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
짝사랑으로도 충분히 불쌍한데, 요즘은 드라마에서조차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대본이 전면 수정된 탓이다. 실제 역사와 터무니없이 다른 전개에 시청자들이 불편한 기색을 표했었는데 이도 대본 수정에 한몫했을 거다. 이에 옥정이 악녀의 본색을 드러내고 ‘사랑에 살아야 했던’ 옥정은 또 다시 과거 희빈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자연스럽게 동평군은 그녀와 이순(유아인 분)의 사랑에, 그리고 정치싸움에 낄 틈이 없게 됐다.
“아쉽다. 처음 기획했던 패션디자이너 장옥정은 온데간데없고, 이전의 장희빈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내 분량이 줄어든 것도 맞다. 솔직히 11회부터 나도 기운이 빠지더라. 휴가 비슷한 느낌이었다(웃음). 앞으로 더 많아질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동평군을 모두 놓아버린 건 아니다. 앞으로 분명히 크게 쓰일 거고, 그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거다. 실망하지 말고 기다려 주면 좋겠다.”
시청자들에게 ‘강한 한 방’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그의 말처럼, 이미 예고되어 있는 장옥정의 결말은 동평군이 직접 사랑하는 옥정에게 사약을 건네는 것이다. 그간 표현에 어색했던 동평군이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토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상엽은 이 한 장면을 기다리며 칼을 갈고 있다.
“내 욕심이지만 늘 새롭고 싶다. ‘장옥정’을 하면서도 ‘착한남자’의 박변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난 박변의 느낌을 전혀 안 나게끔 하고 싶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 연기를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래도 난 그렇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기다려 오던 마지막 장면을 위해 만발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이전부터 약간 미친 사람 역을 해보고 싶었다. 늘 보면 들어오는 배역이 한정적이다. 가난하고 거칠고, 착한 척하는데 나쁜,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밤에는 청부살인 같은 거? 반전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장옥정’ 마지막 장면도 내 모든 걸 쏟아낼 수 있는 장면인 것 같다. 이것만 보고 기다리고 있다.”
김태희(위·오른쪽)와 유아인(아래·오른쪽)의 사이에서 외로웠던 이상엽(왼쪽)이 직접 ‘장옥정’을 다시 써보았다. 사진=MBN스타 DB |
“일단 옥정이가 담을 넘을 수 있도록 담을 낮춰주든지, 사다리를 놓아주든지 할 거다. 그 이후 그녀의 손을 잡고 청국으로 도망가는데 이순이 우릴 쫓아온다. 그렇게 우린 이순의 손에 잡혔지만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이순은 그걸 보며 슬픔에 잠긴다. 그렇지만 이내 자신에게 헌신하는 인현에게 잘해주게 된다. 모두가 좋은 결말을 바란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매번 짝사랑만 하던 그에게 작품을 부탁하니 단지 옥정이랑 잘되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더 없느냐”고 아이디어를 강요하자 머리를 쥐어짰지만 여전히 저 짧은 콘셉트 하나만 내놓고 “더 이상 뭐가 안 나온다. 뭐가 더 필요하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힐링 인터뷰’라 칭했으니 속에 있는 울분을 털어 놓는 것으로 이상엽과의 만남을 끝맺기로 했다. 당신의 분량을 줄인 작가에게 쓴 소리를 날려줘라.
“지금 머리 싸매고 계실 텐데, 나까지 나서서 고민을 더해주고 싶지 않다”
재미없다. 그럼 당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유아인에게만 빠져있는 김태희에게 한 마디 해볼까. 예를 들어 “넌 후회할 거야”라든지.
“내 말 안 듣더니, 너 (장옥정) 그럴 줄 알았어.”
옥정이는 이제 그만 내려놓고, 쓰린 속 달래라. 현재 여자 친구가 없다는 이상엽, 열심히 일했으니 연애해라. 현실에서만큼은 짝사랑이 되지 않길 바란다. “작품의 환경에 따라 실제 성격에 약간의 영향을 받는다”는 당신의 말을 들으니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MBN스타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