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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를 향해서는 “봉준호 감독의 색깔이 없어졌다”는 동시에 “정치·사회적 의도가 은유되어 있다”는 말도 있다. ‘더 테러 라이브’는 “하정우의, 하정우에 의한 영화”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부분 한 공간에서 찍은 탓에 거저먹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극과 극의 평가가 상존한다.
가장 심한 건 두 영화의 평점과 스코어 대결이다. 대결과 판결 내는 걸 좋아하는 한국 관객과 언론이다 보니 꼭 무슨 권투나 축구 같은 스포츠 경기 결과 같다.
그렇게 따지자면 현재 스코어는 3대0이다. ‘설국열차’가 첫날 41만여 명, ‘더 테러: 라이브’가 21만여 명을 동원했다. 둘째 날에는 각각 60만여 명, 20만여 명이 관람했다. 셋째 날도 비슷해 개봉 초반에는 ‘설국열차’가 앞서 나가고 있다.
언론이 이러쿵저러쿵하고 영화관객들도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포털사이트의 평가를 믿는 관객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댓글이나 반응을 보면 무엇을 봐야 하는지 흔들리는 게 보인다. 하지만 두 영화의 평가를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다고 단언해도 되겠다. SNS 글들도 마찬가지다.
정답을 찾아야 한다면 두 작품 모두 봐야 한다.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또 지인들과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두 영화를 놓치면 후회할 게 분명하다. 가격이 부담이라면 ‘조조’를 추천한다. 물론 빨리 예매하지 않으면 자리는 없겠지만….
혹자는 “봉준호 감독이 과대평가 됐고, 그 많은 돈을 어디가 들였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겨냥한 계급주의 싸움과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었겠나 싶다. 한국적 이야기를, 그것도 섬세하게 그리던 그가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하지만, 꼬리 칸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금 한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뭐가 다른가. 호의호식하던 최고 지도자와 권력자의 몰락과도 비교할 수 있지 않은가.
‘더 테러: 라이브’의 강점은 하정우지만 신인 감독의 능력도 인정할 만하다. 하정우라는 존재가 무척이나 크게 다가와 테러범의 매력을 못 살린 듯한 인상을 주는 게 가장 아쉽지만, 신선한 소재와 ‘신이 내린’ 배우 하정우의 연기력, 그리고 그가 이끌어가는 이야기 전개의 쫀득함은 더 말하지 않아도 추천이다. 관객의 아쉬움과 지적을 김병우라는 신인 감독이 잘 받아들인다면 그의 차기작을 기대해야만 할 게 분명하다.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윤종빈 감독과는 또 다른 개성 넘치는 감독이 탄생하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봉 감독을 향한 기대감도 여전히 높다.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그의 차기작을 볼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까?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 무엇을 볼지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고민하지 말고 전혀 다른 장르의 두 영화를 행복하게 즐기면 된다.
‘설국열차’는 17년째 쉼 없이 달리는 열차에서, 맨 앞 칸 엔진을 장악하려는 꼬리 칸 사람들의 반란을 담은 영화다. 송강호와 고아성을 비롯해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에드 해리스, 존 허트 등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더 테러 라이브’는 불미스러운 일로 라디오 방송으로 밀려난 국민 앵커 윤영화(하정우)가 한강 마포대교 폭발 사건을 일으킨 테러범과의 전화 통화를 TV로 실시간 생중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