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듀스(DEUX)의 출현은 가요계의 사건이었다. 대중성, 평단의 찬사, 그리고 한국 힙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이들은 ‘레전드’로 추앙받는다.”
“이후 20년, 듀스가 다시 부활한다. 듀스를 기억하는 후배 가수들의 헌정 20주년 기념 프로젝트가 2013년 막을 올린다. 그들은 듀스다. 그리고 우리는 듀시스트다.”
그때가 1993년 4월이었다.
이현도, 김성재 두 명으로 구성된 듀스는 훗날 길이 기억될 1집 ‘듀스’로 무대에 섰다. 당시 아무도 대적을 꿈꾸지 않았던 시기, 이들로 말미암아 새로운 세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들의 반란은 거셌다. 모든 음악을 직접 쌓아가는 프로듀싱, 그리고 색다른 유행,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본격적인 한국 힙합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듀스는 수많은 ‘듀스파’, 그리고 추종자 ‘듀시스트’를 배출하며 시대를 품에 안았다.
올해는 1993년 데뷔한 듀스의 2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듀스는 한국 가요 사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감으로 가요계에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20년, 듀스가 부활한다.
# 듀스
그룹 듀스는 아직도 추종자가 상당히 존재할 정도로 가요계에서 깊이 있는 의미를 남긴 그룹이다. '듀시스트'(DEUXIST), 바로 듀스의 추종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빠른 음악을 하는 팀으로 대중적인 인기는 물론이거와 동료 가수들, 그리고 두터운 마니아 층, 평단의 호평을 모두 섭렵하며 가요계에서 지울 수 없는 깊은 존재감을 안겼다.
듀스는 한국에서 힙합 장르를 본격화했던 주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패션과, 모든 음악, 그리고 안무, 새로운 장르 등을 포괄해 전반적인 프로듀싱 시스템을 직접 구현하면서 가요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게 된다.
듀스, 당시의 평단 대응이나, 이후의 작업들에 대한 진지함을 보면 절대로 허투루 분류되거나 간단히 소비되고 언급될 그런 뮤지션이 절대 아니다. 듀스, 그들은 또 하나의 레전드였다.
#듀스를 둘러싼 수많은 헌사
한국 힙합을 거론할 때면 꼭 피할 수 없는 팀이 바로 듀스다.
랩만이 구사된 한국 최초의 곡은 듀스 2집을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100% 랩곡, 한국 힙합역사에서 처음 막을 올린 기념비적인 트랙 ‘무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2집엔 힙합의 4대 요소 그러니까, MC, DJ, 비보이, 그래피티 등이 온전히 공존하고, 발견되어지는 곳도 듀스의 음반에서다. .
최근 이현도가 MNET ‘쇼미더머니2’에서 힙합 아티스트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추종되어진 것 역시 힙합의 계보적 상징성에 기인한다. 한국 힙합의 시작도 기실, 듀스의 실험과 파격, 도전과 함께 맞아 떨어진다.
언더와 오버를 통틀어 힙합에 몸담은 이들이라면 이현도를 전설로 추종하는 분위기가 온전하다. 데뷔 이후 10년 뒤 ‘완전 힙합’ 등 다양하고 가치 있는 실험을 바탕으로 이현도의 각고의 노력과 분투는 계속되어왔다.
#이현도, 그리고 프로듀서!
모 음악 평론가는 1990년대를 아우르는 3대 프로듀서로 서태지, 이현도, 조동익을 서슴없이 꼽은 바 있다. 듀스의 모든 노래는 이현도라는 인물에서 시작된다. 1990년대 전형에서 나올 수 없는 멜로디, 과감성, 그리고 세련된 실험에 젊은 층은 환호했다.
이현도의 프로듀서적 자질은 듀스 앨범을 필두로, 지난 20년간 수많은 가수들의 음반 작업에 동참해오면서 빛을 발했다.
지금의 YG의 시발점이랄 수 있는 ‘지누션’ 또한 YG와 이현도(D.O)의 사실상 합작품이었다. 지누션의 데뷔 히트곡 ‘말해줘’는 이현도가 만든 노래다.
룰라의 ‘3!4!’, 김성재의 ‘말하자면’, 구본승의 ‘너 하나 만을 위해’, 유승준의 ‘열정’, 엄정화의 ‘눈물’ 등 모든 히트곡도 이현도의 자작곡이다.
한국 가요계에서 그로부터 곡을 받은 가수는 100여명을 넘어간다.
주지하듯 이현도는 듀스의 모든 히트곡인 '나를 돌아봐' '여름 안에서' '우리는' 등 100여곡의 곡을 직접 작곡 및 편곡하고 프류듀싱했다. 이밖에 현진영, 박상민, 룰라, 알이에프, 봄여름가을겨울, 지누션, 한상원, 엄정화, 크래쉬, 이정현, 조PD, 김범수, 디베이스, 이효리, 유엔, 주석, 렉시, 김종국, DJ DOC, 신화, 에픽하이, 비, 김진표, 휘성 등 이들의 주요 히트곡 중에는 꼭 이현도의 노래가 끼어 있기도 하다. 이후로 20년간 이현도는 줄곧 후배 가수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천부적 감각을 드러냈다.
중국 가수, 일본 가수들도 이현도를 비켜가지 못했다. 장학우, 곽부성 등도 이현도의 노래를 리메이크로 불러 중화권에서 각각의 히트곡을 남겼다.
해외 음악 활동도 빼어나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 OST에서 비가 부른 ‘쿵푸 파이팅’의 프로듀서를 맡은 이도 이현도다.
#가요계에 길이 남는 명반
수년전 한 미디어에서는 한국 근현대 가요사 중 100대 명반을 선정해 발표한 적이 있다.
짧은 활동 끝에 몇 장의 음반만을 남겼을 뿐인 듀스는 쟁쟁하고 주옥같은 현대 가요사의 ‘가요 100대 명반’ 선정 작업에 ‘포스 듀스’(FORCE DEUX 1995.4), ‘듀시즘’(DEUXISM 1993.12) 두 장의 음반을 삽입한다. 들국화 산울림 신중현 조용필 한대수 김광석 서태지와아이들 이문세 등 한국 가요계를 빛낸 인물들과 그의 역작들이 엄선된 리스트였다.
“수록곡 ‘굴레를 벗어나’는 역설적으로 듀스의 굴레를 전혀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가장 세련된 형태로 마무리 지은 역작이다. 이현도와 김성재의 랩에서 듀스를 규정짓는 아주 유니크한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포스 듀스’ 선정 설명 중)
“죽마고우 이현도와 고 김성재는 뉴잭스윙 스타일을 도입한 데뷔작으로 국내 가요계에 본격적으로 힙합이라는 음악을 알렸다. 미국적인 감성의 음악과 국내 정서에 맞는 멜로디의 보컬라인을 적절히 매치시켜 음악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러한 듀스의 음악적 역량이 절정의 빛을 발한 작품이 바로 두 번째 앨범 ‘듀시즘’이다. 본작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프로듀싱을 맡은 이현도가 흑인음악이 내포하고 있는 그루브와 마디의 반복을 통해 중독성을 생산해내는 힙합 음악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에서 한국적 감성을 녹여내 앨범을 만들었다는 점이다.”(‘듀시즘’ 선정 배경 중)
#듀스의 디스코그래피
- 1993. 4 정규 1집 ‘DEUX’(듀스): '나를 돌아봐' '세상 속에서...그댄' ‘이젠’ ‘매일 항상 언제나’ 등 수록. 곧바로 당시 히트곡으로 부상한 ‘나를 돌아봐’에서 듀스는 국내에선 드물게 라임(운율)을 맞춘 노래로 평가된다.
- 1993. 12. 정규 2집 ‘DEUXISM’(듀시즘): 시대에 남는 명반으로 평가되는 작품. 최초 힙합인 ‘무제’가 여기에 수록됐다. 원래 ‘힙합팁’이라는 제목의 노래로 수록될 예정이었지만 심의에 걸리면서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제목을 달지 않았다. ‘고 고 고’ ‘약한 남자’ ‘너만을 위한 나’ 등의 명곡이 실렸다.
- 1994. 8. 리믹스 음반 ‘리듬 라이트 비트 블랙’: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리믹스 개념의 음반. 파격적인 음악적 실험이 과감히 들어간 음반이다.
- 1995. 4. ‘포스 듀스’: ‘굴레를 벗어나’ ‘상처’ ‘인더 무드’ ‘사랑하는 이에게’ 등 역작이 들어섰다. 더욱 노련해지고 절정으로 치닫는 이현도, 듀스의 사운드를 볼 수 있다.
- 1995. 11 ‘김성재 솔로 1집’: 이현도가 동료를 위해 프로듀싱한 음반. 이현도와 김성재의 역할 구분이 더욱 분명해진, 이현도의 대중적 기질이 음악성과 더불어 십분 발휘된 음반이다.
- 1996. 9. ‘두 잇’: 김성재가 떠나고 팀을 해체한 이현도의 굳은 다짐이 담긴 앨범. ‘사자후’ 수록.
- 1997. 3. ‘듀스 포에버’: 명실상부한 듀스의 마지막 페어웰 앨범. 김성재의 생전 목소리를 컴퓨터에 따로 담은 뒤 두 사람의 목소리를 결합한 신곡 ‘사랑, 두려움’ 등이 수록됐다. 깊이, 그리고 슬픔, 희망과 강인한 인내 등이 한데 담긴 음반이다.
#듀스가 부활하다
20주년 기념 음반은 8월부터 본격 궤도에 오른다. 8월 1일 첫 티저 영상을 시작으로 참여 후배 음악인 및 가수들의 베일이 벗겨진다.
용감한형제, 이단옆차기, 신사동호랭이, 김도훈, 뮤지, 라이머 등 내로라한 한국 프로듀서들이 일제히 듀스, 그리고 이현도를 회상하는
헌정 곡 첫 주자는 8월 9일부터 공개된다. 이날부터 듀스를 기억하는 음원이 하나씩 세상에 나온다.
올 하반기 듀스를 기억하라. 듀스가 다시 살아 숨 쉰다. 그리고 부활한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