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왕의 위엄을 잃지 않는 비장미가 화면을 꽉 채운 가운데, 딸을 향한 부정을 담은 독백 유언은 감동을 불어넣었다.
지난 25일 방영된 KBS2 ‘칼과 꽃’(극본 권민수, 연출 김용수, 박진석) 8부에서 고구려 영류왕(김영철)은 결국 연개소문(최민수)의 칼에 찔려 최후를 맞이했다. 연개소문의 반역 음모에 맞서 왕실을 지키려던 영류왕. 하지만 그는 조카 장(온주완)의 배신으로 왕실을 잃고 말았다.
태자(이민호)가 낙마당하는 불의의 사고를 입으면서 후계자가 사실상 공석이 되자 장이 태자를 대신할 후계자로 유력시 됐다. 장 스스로도 내심 아버지가 갖지 못했던 권력을 쥐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영류왕은 장이 아닌 공주(김옥빈)를 택했고, 이에 대한 장의 실망은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장의 선택은 연개소문과 손을 잡는 것.
장의 배신으로 영류왕이 계산했던 연개소문의 작전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결국 왕실에선 100여명에 이르는 희생자가 나오는 참극이 빚어졌다. 태자는 연개소문의 호위무사 호태(구원)의 칼에 찔려 죽었다. 동생의 죽음을 목전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공주(김옥빈)는 연충(엄태웅)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촌오빠의 배신과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영류왕의 최후는 단연 화제가 됐다. 왕 전문배우 다운 기품과 카리스마로 ‘칼과 꽃’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굳힌 김영철. 그는 죽는 순간에도 왕으로서의 책임과 제 역할을 다하고자 했다. “궁 밖으로 나가셔야 한다”는 태경(전현)의 조언에 “태왕이 궁을 떠나 어디로 간단 말이냐.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자리를 지켰다.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면서도 연개소문에게 소신을 갖고 맞섰다. 그는 “나는 당이 두렵지 않았고, 해서 그들과 함께 살 수 있다 생각했다”며 “칼은 모두를 다 파괴할 뿐이다”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연개소문의 칼에 찔려 죽어가면서 그는 소사번(김상호)에게 “공주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눈빛으로 무언의 암시를 전해 안타까운 부정을 느끼게 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영류왕의 최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고, 다수의 시청자들은 배우 김영철의 최후를 아쉬워했다. 홈페이지 게시판과 SNS 등에는 “김영철의 연기가 왕다운 왕을 탄생시켰다. 최후의 순간에도 그는 왕이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김영철의 비장미 연기에 압도됐다”,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그만 울컥했다”는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연개소문의 고구려. 그가 어떻게 고구려를 이끌어갈지, 홀로 살아남은 영류왕의 혈육 공주가 연개소문을 대적해 어떻게 싸워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