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7일 개봉한 영화 ‘미스터 고’는 다르다. 배우들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감성적으로 다가간 게 주효했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코드도 녹아있으니 영화가 살갑게 와 닿는 이유다.
따지고 보면 주연배우도 주로 조연으로 등장해 웃음을 주던 배우 성동일이고, 한국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중국 아역 배우 서교로 스타 파워를 자랑하는 영화는 아니다. 또 다른 주인공 고릴라 링링은 가상 인물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믿을 건 김용화 감독이다. 김 감독은 허영만 화백의 1985년작 ‘제7구단’을 자기식으로 그려내 재미와 감동을 준다. 이미 ‘미녀는 괴로워’로 662만 명, ‘국가대표’로 848만 명을 극장으로 이끌며 인정을 받은 연출가. 만듦새와 이야기 전개가 뛰어나고 독특하니 이번에도 심상치 않다.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 15세 매니저 소녀 웨이웨이(서교)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가 되어가는 내용은 솔직히 얼토당토 않은 것 같기도 하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빚을 떠안게 된 서커스단 단장 웨이웨이는 서커스단 식구들을 괴롭히는 사채업자들의 돈을 갚기 위해 한국행을 택한다. 어처구니없는 설정에 야구팬들이 욕할지도 모르지만 재미로 생각하면 흥미진진하다.
또 김 감독과 스태프 400여 명의 땀과 노력이 영화에 고스란히 드러나 실제로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들게 하며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야구를 보다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무적의 타자라니…. 쳤다 하면 홈런을 날리는 링링의 적수는 없다. 지루할 수도 있는 이 전개에 김용화 감독은 또 다른 고릴라 레이팅과의 맞대결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괴력의 타자와 괴력의 투수 대결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두 고릴라의 마지막 맞대결 결과가 황당할 수도 있지만 김 감독은 여러 가지 자문을 통해 현실적인 상황을 담아냈다.
긴장감 넘치는 두 고릴라의 대결에서 링링이 홈런을 때리고 끝나는 상황이었다면 영화는 재미없었을 텐데, 반전이라면 나름 반전인 상황이 유쾌하다.
김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가 이번에도 드러난다. 중국의 메인 투자사 중 하나인 화이브라더스의 투자를 받아서인지 정도가 완만해진 것 같지만 충분히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사채업자로 나오는 김희원도 웃음을 터트리게 하고,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의 구단주로 나오는 오다기리 죠의 카메오 등장도 관객을 폭소케 한다.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모습은 그가 직접 생각한 아이디어라고 하는데 잠깐 등장이라도 열정이 넘치는 게 ‘미스터 고’에 도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다리를 못 쓰게 되는 상황에서도 웨이웨이를 위해 타석에 서는 링링의 모습도 그려진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 가족애 등을 짚으며 교훈을 주려고 한 것 같은데 고리타분하게 감동이 무엇이고, 재미는 무엇인지 찾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도,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도, 동물을 좋아하는 이들도 편하게 볼 수 있는 가족영화다.
실제 공이 날라와 몸을 피하게 하는 3D 효과도 실감 난다. 80만 개 이상의 털로 덮인 자연스러운 고릴라는 정말 잘 훈련된 동물 같으니 흠을 잡으려고 할 필요도 없다. 132분. 12세 관람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