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송초롱 기자] 올해 상반기 예능은 MBC의 압도적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연예인 아빠들과 아이들은 화보, 광고 등 연예계 곳곳에서 열띤 활약을 벌이고 있다. 특히, 윤후가 먹었던 ‘짜파구리’는 한동안 온 국민의 점심식사를 책임졌고, 그의 안티카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 류수영 등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으며 예능계의 블루칩이 됐다.
하지만, 떠오르는 태양이 있다면 지는 별도 있었다. 유재석과 더불어 국내 양대MC로 군림하던 강호동의 영향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그는 세금 탈루 의혹 혐의로 연예계 잠정은퇴를 선언,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방송계에 복귀했지만 ‘강호동’이라는 이름이 갖는 프리미엄은 방송가에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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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예능은 관찰 예능의 전성시대였다. 사진=MBC |
지난 1월, MBC ‘일밤’ 제작진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나는 가수다’ ‘승리의 신’ 등 주말 황금시간대의 예능들이 신설과 폐지를 반복하며 ‘꼴찌’를 면하지 못하자, 관찰 예능인 ‘아빠 어디가’를 내놓으며 반등을 꾀했다. 하지만 대중들과 방송관계자들의 우려가 컸다.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는 스타MC는 한명도 없었고 성동일, 윤민수, 이종혁, 송종국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스타들이 출연자로 등장했기 때문. 하지만 연예인 아빠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꾸미는 소소한 여행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힐링을 이끌어 내며 주말 예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인위적인 설정을 최소화하고 출연진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지켜보는 관찰 예능에 시청자들은 쾌감을 느꼈고, 출연진들의 진솔한 속내를 엿보며 그들을 한층 더 가깝게 여겼다.
이후 제작진은 새로운 관찰 예능 ‘진짜 사나이’를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여섯 남자가 군 장병들이 실제로 복무하는 부대에 투입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내고 있다. 남자 시청자들에게는 군대의 추억을 되살리게 했으며, 여자 시청자들에게는 군대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장치가 됐다.
관찰 예능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은 SBS ‘정글의 법칙’부터였다. 출연진들이 오지인 정글에서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며 생존해가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대리만족과 동시에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이어 MBC ‘나 혼자 산다’, KBS2 ‘인간의 조건’ 등이 관찰 예능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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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이 진행한 프로그램들. 시계방향으로 SBS "스타킹", KBS "달빛프린스", MBC "무릎팍도사", SBS "맨발의 친구들" 사진=공식 홈페이지 캡처 |
2012년 11월,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을 통해 국민 MC계의 양대 산맥 강호동이 돌아왔다. 세금 탈루 의혹 혐의로 오랜 휴식기를 가진 뒤 돌아온 그에 대해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높았다. 그런 기대에 방송사도 발맞춰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하지만 주말 황금시간에 방송되는 SBS ‘맨발의 친구들’은 6%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으며, MBC ‘무릎팍 도사’는 최근 평균 4%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이한 능력과 다양한 끼를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이 꾸미는 ‘스타킹’까지 이미 10%대가 무너져 8%에 머물고 있다. 책과 강호동이라는 독특한 포맷으로 시작된 KBS ‘달빛 프린스’는 콘셉트의 부재 등의 이유로 8회 만에 폐지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당시 동방신기 최강창민, 용감한 형제 등이 고정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강호동과 어울리지 않았던 콘셉트에 결국 폐지를 맞고 말았다.
강호동의 부진에 대해 여러 평가가 있지만 무엇보다 과거와 같이 파워풀 있는 진행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유재석의 경우 고정 출연자는 물론 게스트들 까지 모두 띄어주며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반면, 강호동은 다소 독불장군 형태의 진행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진행 경향은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아닌, 매사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그런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그런 강호동이 KBS2 ‘우리동네 예체능’으로 전공 살리기에 나섰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과 체육에 능한 일반인 참가자들과 MC들이 대결을 펼치는 국민 건강 버라이어티쇼로, 씨름선수를 거쳐 예능인으로 거듭난 강호동의 주특기를 그대로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우리동네 예체능’ 통해 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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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KBS "안녕하세요"와 SBS "정글의 법칙" 사진=해당영상캡처 |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올해, 예능계도 조용할 나날이 없었다. 특히 일반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이나, 리얼리티를 표방한 프로그램들의 조작 논란은 장기간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월 14일 방송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 형의 친구들이 집에 찾아와 개념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고민이라는 출연자가 등장했다. 이후 이 출연자와 형 친구 한명과 페이스북에서 나눈 대화가 공개돼 자작극 논란에 휩싸였다. 페이스북에 형 친구는 “고생했다. 쓰레기 연기하느라 힘들었네. 1등과 두 표 차이로 2등함” “방송의 모습은 절대 본래의 저의 모습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부탁드립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출연자는 해명의 글을 올렸지만, 비난을 잠재우기에는 어려웠다.
SBS ‘정글의 법칙’ 또한 조작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2월 5일 박보영의 소속사 김상유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SBS ‘정글의 법칙’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켰다. 김 대표는 “개뻥 프로그램. 먹기 싫은 거 억지로 먹이고 동물들을 잡아서 근처에 풀어놓고 리액션의 영혼을 담는다고? 여행 가고 싶은 나라 골라서 호텔에서 밤새 맥주를 먹고”이라며 날선 비난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파문이 일자 제작진은 “박보영이 촬영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것을 본 소속사 대표가 술 취한 상태에서 개인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김 대표도 공개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해명에도 일부 누리꾼들은 출연진들이 촬영했던 장소가 오지가 아닌 여행 투어 상품에도 포함돼
아이러니하게도 관찰예능에서의 리얼리티가 ‘일밤’을 살린 대신, ‘정글’은 비난의 도마에 올린 셈이다.
송초롱 기자 twinkle69@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