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벗고 또 벗고, 음흉한 눈빛을 보내는 것도 모자라 “이름이 뭐예요” “내 다리를 봐” “우리 집에서 차 마실래”라며 도발적인 유혹의 말들을 던져대는 이들 속에서 대중들의 마음을 훔친 진짜 고수들이 등장했다.
방송 활동 없이 음원차트를 쓸어버린 조용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싸이의 기습도 모자라, 지난해 3월 발매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1년 만에 역습을 꾀하기도 했다. 이 뿐이겠는가. 다수의 히트곡들을 보유한 이문세와 이승철까지 2013년 상반기 가요계에 한 획을 그었고, 이효리, 신화 등 1세대 아이돌들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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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왼쪽) 싸이. 사진=MBN스타 DB |
싸이의 독주에 유일하게 제동은 건 사람은 10년 만에 정규 19집을 발매한 ‘가왕’ 조용필이다. 조용필은 4월 16일 선 공개곡 ‘바운스’(Bounce)를 공개하며 싸이를 위협했다. 국내외 작곡, 작사가와 협업하여 만든 조용필의 앨범 ‘헬로’(Hello)는 64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이고 혁신적이었다. 그 결과 역시 놀라웠다. 발매 이틀째 8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음반 역시 15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퍼포먼스가 아닌, 음악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멜로디에 집중해야 한다”던 조용필은 이를 고스란히 실현했다. 자신의 단독콘서트 외에 그 어떤 방송활동도 없이 음원, 음반 차트를 석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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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이문세, 이승철, 이효리, 신화, 버스커버스커. 사진=MBN스타 DB |
2013 가요계 상반기는 관록을 자랑하는 선배들 못지않게 1세대 아이돌들도 건재를 충분히 과시한 시기다.
현재로서 최장수 아이돌 그룹인 신화는 5월 16일 정규11집 ‘더 클래식’(The Classic)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디스 러브’(This Love)로 가요프로그램의 1위를 휩쓸었다. 이들과 같은 해에 데뷔한 핑클의 멤버였던 이효리 역시 솔로로 전향한 이후 지난 5월 정규5집 ‘모노크롬’(MONOCHROME)을 발매하며 1세대 아이돌의 위엄을 자랑했다. 타이틀곡 ‘배드 걸’(Bad Girl)을 통해 ‘노출은 은근히 섹시하게’ 표현해낸 그녀는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고, 신화의 뒤를 이어 가요프로그램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다양한 음악들의 등장으로 풍성했던 상반기 가요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음원 쿠데타를 일으킨 주인공은 바로 오디션프로그램 출신 가수 버스커버스커다. 지난해 3월 발매된 ‘벚꽃 엔딩’은 발매 1년이 지난 올해 3월 음원차트 1위에 재진입했다. 대형 가수들이 신곡을 발표해도 음원차트에서 일주일을 버티기가 힘든 요즘 시장에서 제대로 ‘사고’를 친 셈이다. 버스커버스커 외에도 로이킴, 이하이, 허각 등 오디션출신 가수들의 음원도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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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위) 씨스타. 사진=MBN스타 DB |
실제 위에서 언급한 이들이 차트를 점령하고 있을 당시, 수없이 쏟아지던 아이돌들은 음원차트에서 그림자만 살짝 내비치는 정도였다. 이는 특정 장르(일렉트로닉 계열)로 획일화 되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용감한 형제, 신사동 호랭이, 이단옆차기 등의 유명 작곡가들은 일렉트로닉 장르로 새로운 트랜드를 제시했고, 이 음악들이 히트를 치자 다른 작곡가들 역시 비슷한 음악들을 내놓는 상황이 올해도 여전히 반복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몇몇 아이돌의 약진은 선배 가수들에 맞서 ‘아이돌 그룹의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소녀시대는 1월 정규4집 타이틀곡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결과 한국과 대만의 각종 월간 음악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힙합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아이 갓 어 보이’는 유럽의 유명 작곡가 팀인 디자인 뮤직(Dsign Music)과 스웨덴 출신 작곡가 사라 런드백, 영국 출신 뮤지션 윌 심스가 합작했으며, 유영진 작곡가까지 힘을 합쳐 전 세계 팬들을 타깃으로 한 곡이다.
또한 씨스타의 유닛 씨스타19의 ‘있다 없으니까’가 2월 음원차트에서 압도적인 1위를 한 것에 이어, 완전체로 돌아온 씨스타가 최근 발표한 정규2집의 타이틀곡 ‘기브 잇 투미’(Give It To Me)로 발매와 동시에 현재까지 국내 음원사이트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아이돌 그룹 부활’의 선봉장 역을 맡고 있다. 여기에 섹시를 강조한 애프터스쿨, 달샤벳, 걸스데이 등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앞세워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
2013년의 상반기 가요계는 그 어느 때보다 신구 조화와 장르의 다양성으로 인해 대중들의 눈과 귀가 즐겁게 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시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이러한 기조가 이어갈지, 아니면 또다시 장르의 편향성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결국 선택은 또다시 대중의 몫인 셈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