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잔혹하다. 무엇하나 내 맘대로 되는 건 없고, 피하고 싶은 어려움들은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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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
목구멍은 포도청인데 카타리나는 도무지 현실엔 관심이 없다. 하는 일이라곤 매일 빈둥거리며 음악을 듣는 게 전부다. 취향은 어찌나 고상한지 스눕 독과 켈리 클락슨은 우습기만 하다. 어느 날 유튜브를 통해 듣게 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이 세상 음악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카타리나에겐 모차르트만이 유일한 삶의 낙이다. TV와 팝을 듣는 하찮은 남자친구와 술에 취한 엄마에게 벗어날 유일한 도피처였으니까.
‘남루한 모든 것을 버리고 두 번째 삶을 시작하고 말거야.’ 카타리나는 결심했다.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테보리 콘서트홀로 달려갔다. 절박함때문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콘서트홀 안내 일을 할 수 있게 된 카타리나. 그토록 원했던, 온갖 클래식 음악이 넘쳐흐르는 그곳의 일원이 됐다.
인생은 꿈꾸던 것들로 채워져 갔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이상형, 매력적인 유부남 마에스트로 아담(사무엘 프뢸러)도 만났다. 그는 군나르 에켈뢰프의 시집을 쥐어주며 키에르케고르의 “용기만이 살 길이다”라는 말로 삶의 희망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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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스틸 컷) |
순수는 때론 ‘미숙’으로, 때론 ‘아름다움’으로 읽히기도 한다. 영화는 이에 대한 천착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 애쓴다. 순수란 무엇일까. 위태롭게 흐르는 죽은자를 위한 진혼곡 위로 떨어지는 눈물일까.
스웨덴 천재 여성감독 리자 랑세트의 장편 데뷔작이다. 2010년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순수소녀’라는 제목으로 상영돼 비아시아권 신인
이외에도 2010 벨기에 겐트영화제 젊은심사위원상, 2011 스웨덴 굴드바게영화제 여우주연상과 각본상, 2011 몰로디스트 키에프국제영화제 최고신인배우상 등 다수의 영화제의 상을 휩쓸며 작품성과 비칸데르의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102분.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중.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