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BS ‘K팝스타 시즌1’이 낳은 실력파, 백아연이 돌아왔다. 지난해 가을, ‘느린 노래’로 데뷔한 지 9개월 만의 컴백이다. 요즘 추세를 떠올려보면 꽤나 긴 공백이다.
“그동안 많은 곡들을 받았는데 노래가 입에 안 붙거나 가사가 이해가 안 가는 등의 이유로 컴백이 늦어졌어요. 라디오(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고정 게스트 하고 OST 작업 등을 하면서 보냈는데, 선배들의 ‘무대가 그리웠다’는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라고요.”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백아연은 “쉬는 동안 생각이 많았다. 정답은 없지만, 뭘 하면 좋을까 고민을 참 많이 했다”며 “활동할 때보다 더 머리가 복잡한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고민 끝에 내놓은 콘셉트는 상큼 발랄한 러브송 ‘어 굿 보이’다. 호소력 짙은 표정으로 ‘느린 노래’를 부르던 열 아홉 소녀는, 풋풋한 사랑에 빠져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 스무 살 아가씨가 돼 돌아왔다.
“사실 저는 마이너에 가까운, 다소 어두운 느낌을 좋아하는데 팬들은 제가 귀엽고 발랄한 컨셉을 하기를 원하시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것과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절충하는 게 또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귀엽고 깜찍한 눈웃음으로 대중을 만날 준비 중이라는 그녀. 개인적으로는 파격 변신이다. “회사(JYP)에 들어온 뒤로 계속 댄스 레슨을 받아 왔었고 언젠가 한 번은 변신하겠지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하지만 스물 서너 살이 돼서 할 순 없잖아요. 지금 나이대에 하는 게 딱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 |
변신만 있는 건 아니다. 특유의 발라드 감성은 한층 깊고 풍부해졌다. 마지막까지 타이틀곡 경쟁을 벌였다는 ‘말해줘’는 녹음 당시 백아연을 한참이나 애먹였던 곡. 그는 “녹음 당시 하도 노래가 안 돼 속상하고 분에 못 이겨 결국 울음이 터졌는데, 엉엉 울고 난 뒤 부르니 오히려 괜찮게 나오더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앨범 수록곡 중 특히 마음에 드는 곡은 ‘산소처럼’이라며, 꼭 들어줄 것은 당부하기도 했다.
‘어 굿 보이’와 사랑에 빠져서일까. 데뷔 땐 라미네이트를 고백하며 물 오른 미모를 뽐내더니, 이번에도 부쩍 예뻐진 모습이다. 비결을 묻자 식이와 운동 등 꾸준한 ‘관리’는 필수라는 모법 답안이 돌아온다.
“어렸을 땐, 가수는 노래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K팝스타’도 해보고 방송을 하다 보니 겉으로 보여지는 것도 참 중요하더라고요. 아무리 노래를 잘 해도 비주얼적으로 예전과 달라졌다, 이상해졌다는 얘길 들으면 안 좋으니까요. 쉬는 동안에도 계속 운동도 하고 식이조절도 해야 한다는 게 힘들어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에서, 이젠 어느덧 ‘프로’다운 면모가 돋보인다.
“처음 데뷔했을 땐 ‘K팝스타’ 꼬리표가 빨리 떼어졌으면 했는데 그게 쉽진 않더라고요. (이)하이, (박)지민이와의 비교도 그렇고, 시즌2가 나오니 선배 소리도 듣게 되고요. 그래도 그 꼬리표 덕분에 이슈가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그냥 회사에 있다가 갓 데뷔한 신인이라면 이만큼 주목을 못 받았을 것이라 생각해요. 데뷔 후 1위도 해보고. 오히려 지금은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 갓 인생을 푸르게 채색해 갈 시기, 예상보다 조금 일찍 음악이라는 길을 선택한 백아연. 하지만 긴 인생 중 만약 음악보다 더 좋아지는 일이 생긴다면 어떤 선택을 할 지 문득 궁금해졌다.
![]() |
그런 의미에서 연애도 ‘아직’이다. ‘어 굿 보이’를 만난 김에 실제 연애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 묻자 “연애하면 친구들을 만날 시간에 남자친구를 만나야 하지 않느냐” 당차게 응수하는 백아연. 아직은 친구들이 그리고 음악에 더 애정을 쏟고 싶은 강단 있는 스무 살이다.
‘어 굿 보이’를 노래하는 그녀에게는 ‘어 굿 걸’ 이미지가 고정돼 따라다닌다. 이쯤 되면 혹시나 부담스럽진 않을까.
“원래 성격은 털털하고, 어떨 땐 무뚝뚝하기도 한 편이에요. 귀엽다는 말을 들으면 좋기도 하지만 조금은 쑥스럽기도 해요(웃음).”
대중 앞에 처음 나섰을 때부터 ‘강심장’다운 면모를 보여왔지만 솔직히 ‘강심장’ 이미지를 지켜가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고 호소하는 백아연. 하지만 그녀는 오늘도 그렇게, 스스로를 단련해가고 있다.
아직은 어떤 이미지로 고착되고 싶지 않은, 다양한 변신을 꿈꾸는 백아연이 꿈꾸는 최종 목표는 싱어송라이터다.
“아직은 두 번째 앨범 밖에 안 낸 상태지만, 다양한 변신을 통해 저에게 가장 잘 맞는 모습을 찾아가고 싶어요.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것도 제 무기라고 생각하고요. 본격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는 작사, 작곡도 배워서 언젠가 제 곡으로만 된 앨범을 만들고 싶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