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김구라의 첫 등장 화면에서부터 목격됐다. 김구라는 ‘라디오 스타’의 일반적인 게스트들처럼 밖에서 대기 하다가 오프닝 멘트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구라가 처음 앉은 자리도 MC석이 아닌 게스트들이 앉는 자리였다.
‘라디오 스타’는 김구라에 대한 돌직구 질문들로 시작됐다. 김구라를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떠나게 했던 ‘위안부 할머니 발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용서를 구했냐” “자숙쇼가 아니냐” “시청자의 용서를 받았냐” “동현(아들)이의 반응은 어땠냐”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김구라는 차분히 “평생 용서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다. 4월 20일 이후로 매주 할머니들을 찾아가고 있다. 처음 그 의도 자체가 순수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매주 찾아뵈니깐 정이 생기더라. 동현이는 속이 깊은 건지 너무나 평온하다. 참 대단한 애구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용서를 빌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일일이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청교도적인 마음으로 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게스트로는 신지, 홍진영, 김신영, 박완규가 출연했다. 제작진이 네 사람을 묶은 것은 모두가 말 못할 상처를 극복한 연예인들이라는 것.
김신영은 주의력결핍 장애를 고백하고 우울증으로 한동안 방송을 쉬었던 사연을 털어놨다. 신지는 알코올 중독과 대인기피에 대해 고백했고, 박완규는 매니저를 폭행하기까지 했던 분노조절 장애에 대해 고백했다.
방송 내내 비교적 밝은 태도로 일관하며 예능감을 뽐냈던 홍진영 역시 평소 트로트 가수라는 이유 때문에 생긴 편견들에 대해 충분히 해명하는 시간이 됐다.
이들 네 명의 게스트들이 섭외된 것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김구라를 위한 것 처럼 보였다. 힘든 시간을 겪었던 연예인들이 모인 만큼 그동안 방송을 할 수 없었던 김구라와 일정부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이 같은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흐름은 이날 김신영의 발언에서 정확히 드러난다. 김신영은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며 “힘든 사람들은 함께 모여야 한다. 모여서 자기가 힘든 이야기를 털어놔야 한다. 그렇게 모이면 서로 자신이 가진 증세에 따라 재미있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에 대한 강박이 있는 사람은 ‘연가시’라는 별명을 붙여주는 식이다. 그런 방식을 통해 소위 힐링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 방송 역시 김구라의 복귀에 대한 농담들로 채워졌다. MC와 패널들은 “쉬는 동안 ‘라디오 스타’를 정말 안봤냐” “MBC를 욕하고 다닌 건 아니냐” “손석희씨가 JTBC 사장님 됐다고 감싸는 것 아니냐” “너무 오래 쉬어서 감이 떨어졌다” 등 김구라를 놀리기 분주했다.
김구라는 몇몇 발언에는 당황하며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천천히 특유의 뻔뻔함으로 받아치면서 자신만의 유머 감각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방송에서 김구라는 “저 문을 통해 다시 들어오는 순간, 다음에는 불쑥 없어지지 않고 내 발로 저 문을 통해 내가 나가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극히 ‘라디오 스타’ 식의 방식으로 김구라를 ‘힐링’ 한 셈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