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김새는 ‘꾸밈’이 가능해도 그 향기는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조각 같은 얼굴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진한 향기가 있다. 눈을 감아도 이 사람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진한 향이다. 고급 브랜드 향수에게서는 전혀 맡을 수 없는, 괜시리 코끝이 찡해지는 ‘진심의 향’이다.
“요즘이 가장 행복하시죠?”라고 물었더니 그가 “사실 전 늘 행복했는데, 유난히 더 커진 어머니의 미소를 보니 더 즐겁네요”라고 답했다. 이어 평온한 미소를 머금은 채 “주변의 반응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내리막에 마음의 끈을 붙잡고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데뷔 13년 차. 조달환은 ‘우리동네 예체능’을 통해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스스로 ‘우리동네 예체능’을 세상 속으로 불러준 제2의 어머니라고 칭했다.
“솔직히 돌아가신 아버지도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셨을 거예요. 강호동, 이수근 등 거물급 예능인들 사이에서 제가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걸요. 그런데 말이죠, 거짓말처럼 ‘스포츠’ 앞에 순식간에 하나가 됐어요.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죠. 하하!”
‘신의 한 수’로 불린 조달환. 그의 혜성 같은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등장과 함께 6주 연속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더니 이제는 ‘달인’으로 통한다. ‘탁구의 신’(일명 탁신)으로 등극했고 강호동은 그를 ‘국민배우 조달환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어떤 결과물이든 혼자서 이뤄낼 순 없어요. 모두가 함께 이뤄낸 거죠. ‘호랑이’일 줄 알았던 강호동 선배는 진심으로 배려심이 많은 분이셨고 박성호를 비롯, 이수근 등 그들이 보여준 창의력과 진정성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순수한 동심이 남아있는 분들이라 반할 수밖에 없었죠.”
“무슨 일을 하든 늘 사람이 먼저고, 선입견과 욕심은 스스로를 괴롭게 만든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저희 어머니는 사실 초등학교밖에 나오시지 않은 전형적인 깡 시골 출신이시지만 누구보다 위대한 사상가이세요. 그녀의 존재는 제게 절대적이죠.”
그는 매사에 명확한 선을 긋지 않는다고 했다. 스스로 구분한 경계선과 목표들이 욕심을 불러일으키고 고정관념을 만든다고 했다. 미리 설정해놓은 미래를 향하는 것보다 주어진 현재를 즐기고 최선을 다했을 때 맞이하는 게 진짜 자신의 미래라고 했다.
“연기를 좋아하니 배우가 됐고,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을 가고자 하고 필요한 무언가가 있어 돈을 버는 건데 이 모든게 반대가 돼버린 게 현실인 것 같아요. 그 긴 (무명)시간 동안 저 역시 여느 평범한 속세의 가르침 속에서 자랐다면 견딜 수 없었겠죠. 매일이 불행했겠죠. 하지만 어머니는 부족함 속에서도 긍정의 힘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들을 늘 심어주셨어요.”
그가 돌연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그림 한 장을 보여줬다. ‘우리 집만 30년째 재개발’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 중 하나라고.
조달환은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 중 하나가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하지만 ‘정직함’은 한 번 잃으면 되찾기 힘들다’는 거였다”며 운을 뗐다.
“8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저와 형을 키우셨어요. 60년 평생을 단 한 번도 월세가 아닌 집에서 산 적이 없어요. 수십번의 이사를 하면서 어렵게 자랐지만 ‘긍정’을 잃지 않는 분이셨어요. 어렸을 땐 부모라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커가면서 정말 위대한 분이란 걸 깨달았죠.”
그의 큰 눈에 눈물이 고였다. 금세 붉어진 눈, 그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 한 방울이 뚝, 그리도 또 뚝. “이건 절대 슬퍼서 우는 게 아니에요. 정말 감사하고 기쁜 마음에 뭉클해서 그만….”그가 다시 천진한 미소로 말했다.
“자신은 키우는 게 아니라 자라는 걸 돕는 것이고, 교육은 법칙을 갖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방향성을 가리키는 거예요. 앞으로 제 인생 역시, 어떤 기회가 혹은 어떤 시련이 올지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 할 거예요. 보여지는 것, 화려한 타이틀 보다는 경험하면서 터득하는 지혜로 나의 얼굴을 가꾸고 싶어요. 연기도, 예능도, 예술도 그런 마음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목표를 세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꼭 하나 소망이 있다면…어머니를 위해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매달 불안한 마음이 드시지 않도록 아늑함이 묻어나는 전셋집을 마련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 당신의 ‘가리킴’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팽현준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