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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외국인이다. 태국 이주여성.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넘어왔을 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비롯해 시댁 식구들은 그에게 살갑지 않다. 공장을 운영하는 아주버니는 불황을 핑계로 여자의 고향에 부칠 돈을 몇 개월째 주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 체류 연장 허가도 안 해주려 한다. 출입국사무소에서 신경질을 내며 라띠마와 다투는 아주버니. 길을 가던 수영이 라띠마를 구한다.
일면식도 없이 다른 곳에서 살던 두 남녀인데 비슷한 처지라 서로에게 끌렸는지 동행하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이 어색하지만 답답한 현실에 고통받고 있는 마음이 통했을 것 같다. 수영을 만나고 “포항에 바다가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는 라띠마. 세상이라는 틀 속에 갇혀 산 건 수영 역시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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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라띠마’는 수영과 마이 라띠마의 성장이야기다. 벼랑 끝에 몰린 두 사람이 거대한 세상과 부딪히는 모습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우리 인생과 비슷하다. 특히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다 망쳤다”고 울부짖는 수영을 보고 있으면 언젠가 한 번은 내뱉었을 그 대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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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지태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이 영화를 통해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사회의 단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본 통찰력과 섬세한 연출 솜씨가 눈길을 끈다. 제15회 도빌 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신예 박지수의 발탁도 큰 수확이다.
다른 영화들에 스크린수는 밀려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흥행 기록으로만 좋고 나쁨을 따질 영화는 아니다. 126분. 청소년관람불가. 현재 상영중.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