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이문세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대.한.민.국. 이문세’가 열렸다. 따가운 햇살과 대낮의 후끈한 열기가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 그리고 이문세의 ‘음악’이 그 자리를 채웠다.
가수라면 누구라도 꿈 꿀 일생일대의 희망. 주경기장 공연을 성공시킨 것 또한 이문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끝없는 행렬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예상대로 5만 객석은 입추의 여지없이 빼곡했다.
과연 올해 개최된 단일 공연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티켓파워였다. 청명한 밤하늘 아래 빛을 발하는 5만 개의 야광봉. 관객들의 함성에 떠나갈듯 한 주경기장 가운데 무대에 선 이문세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오만 개의 별이 떠있는 듯 하다”며 “별이 빛나는 밤”이라고 ‘오빠’스러운 멘트를 남겼다.
수년째 전국투어를 성황리에 진행하고 있는 ‘공연의 달인’ 답게, 이문세는 화려한 쇼와 레퍼토리로 넓은 주경기장 무대를 풍성하고 짜임새 있게 채웠다.
세 시간 동안 선보인 곡들 또한 주옥같았다. ‘붉은 노을’, ‘알 수 없는 인생’, ‘가로수 그늘 아래서’, ‘조조할인’, ‘난 아직 모르잖아요’, ‘옛사랑’, ‘가을이 오면’,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 ‘솔로예찬’ 등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20여 곡을 흐트러짐 없이 선보였다.
무대와의 거리 때문에 필연적으로 멀리서, 화면에 비친 그의 모습을 바라봐야 했지만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조조할인’ 등의 곡에서는 한 편의 쇼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을 주는 흥겨운 무대가 이어졌다.
공연 중간중간 이어진 토크에서도 특유의 다정함으로 객석을 초토화시켰다. 또 지난 4월 만든 신곡 ‘땡큐’도 최초로 공개했으며 공연 말미에는 이동식 돛단배를 타고 공연장을 한 바퀴 돌아 팬들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왔다.
가요계 내로라하는 마당발다운 면모도 돋보였다. 공연 전까지 게스트를 전혀 예고하지 않아 궁금증을 샀으나 열어보니 ‘대박’이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게스트는 성시경이었다. 성시경은 이문세와 함께 ‘소녀’를 부른 뒤 “(주경기장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일까 생각했는데, 뒤에서 보면서 눈물이 날 것 같더라”며 놀라움과 감격을 드러냈다.
이어진 무대에는 안성기, 우지원, 박찬호, 조세현, 이정, 김태우, 로이킴, 정준영, 허각, 존박, 이수영, 이금희, 김완선, 양동근, 알리, 박경림 등 영역 불문 연예계 스타들이 총출동해 이문세와 함께 합창을 했다.
이뿐 아니라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도 함께 해 공연의 질을 높였다. 또 공연 말미 ‘그녀의 웃음소리뿐’ 무대에는 김범수와 윤도현이 깜짝 등장,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마지막 곡 ‘붉은 노을’에서는 풍성한 음향 그리고 화려한 조명의 향연으로 절정으로 달아오르게 했다. 마지막을 수놓은 폭죽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앙코르로 준비한 ‘옛사랑’ 합창 또한 쓸쓸한 분위기 속에도 감격 그 자체였다.
이날 주경기장을 빙 두른 플랜카드 문구도 인상적이었다. ‘엄마가 듣고 자녀가 부르고 손주가 웅얼대는 노래’, ‘30년의 축복, 300년 3대가 품고 살겠습니다’, ‘30년 후에 또 만나리, 또랑또랑하게!’ 등 세대를 거쳐 사랑받는 이문세의 진가를 느끼게 했다.
공연 초반, 이문세는 이번 콘서트 타이틀 ‘대.한.민.국. 이문세’에 대해 “사실 그렇게 거창한 뜻은 아니다”고 소개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문세’, ‘대한민국에서 노래하는 이문세’, ‘대한민국에서 제법 히트곡이 많은 이문세’, ‘대한민국에서 얼굴이 제일 긴 이문세’ 등 모든 뜻이 담겨있는 평범한 의미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노래가 좋아 부르기 시작했고, 여러 인연을 통해 히트곡을 만나게 됐다지만 2013년 현재, 한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국보급 가수로 자리매김한 그에게 ‘대.한.민.국. 이문세’라는 타이틀은 ‘거창하다’ 해도 결코 아까울 게 없어 보인다.
공연 중간 안성기가 영상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문세의 음악은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곧 ‘추억’이었다. 두시간 반 동안 그가 들려주는 음악과, 추억에 젖어든 5만 관객은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품에 안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같은 시각, 얼마 떨어지지 않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조용필 단독 콘서트 ‘헬로’가 펼쳐지고 있었다.
데뷔 45주년을 맞아 발매한 신곡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구가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가왕’ 조용필. 그리고 그 존재 자체로 또 하나의 대한민국 대중 음악사의 산 증인인 이문세가 있기에,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는 오늘도 행복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