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7월과 8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미스터고’와 ‘설국열차’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한국영화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허영만 화백의 ‘제7구단’과 프랑스 작가 장 마르크 로셰트의 ‘트랑스페르스네주’(Le Transperceneige)를 원작으로 한 두 편의 영화는 각각 제작비 225억원(미스터고), 450억원(설국열차)을 투입했다. ‘미스터고’는 한국의 쇼박스와 중국의 화이브라더스가, ‘설국열차’는 CJ엔터테인먼트와 미국의 메이저 제작·배급사 와인스타인컴퍼니가 손을 잡았다.
국내 3대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미스터고’를 통해 처음으로 외국 시장에 진출한다. 할리우드가 탐을 내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중국 3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화이 브라더스로부터 500만달러(약 57억원)을 투자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직 국내 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서교를 캐스팅해 작업을 거의 마무리 했다. 김용화 감독은 “20세에는 서교가 제2의 장쯔이가 될 것”이라고 애정을 쏟았다.
‘미스터고’는 중국 전체 스크린 1만 3000여개에서 5000개관 이상을 확보한 상황이다. 김용화 감독에 따르면, 편집본을 본 화이브라더스의 왕중레이(王中磊) 회장은 “1만개 스크린까지 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고, 현재까지 공식 스크린 수는 7000개다. 완성본이 나오면 와이드 릴리즈의 수치가 정확히 계산될 전망이다.
“영화 ‘행오버’를 연출해보지 않겠느냐”는 할리우드 제의를 거절하고 ‘미스터고’를 택한 김용화 감독은 야구하는 고릴라 이야기를 담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통해 재미를 전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CG)과 시각효과(VFX), 애니메이션 작업 등으로 섬세한 고릴라의 표정과 행동, 심지어 털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쓰느라 120억원을 사용했다. 가상의 고릴라 캐스팅 비용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한 게 재미라는 김 감독은 섬세하고 세밀한 표현으로 관객의 감정 몰입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CJ엔터테인먼트는 외국 회사와 몇 개 작품을 함께했지만 ‘설국열차’처럼 이렇게 적극 나서는 건 처음이다. 기획·시나리오·제작·배급까지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는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은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각각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 크리스 에반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등 유명 외국 배우들이 송강호, 고아성과 함께 연기했다. 세계 각국에 선판매된 ‘설국열차’는 벌써 제작비 절반 이상을 회수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중국에서 ‘이별계약’을 흥행시킨 기운을 이어받아 ‘설국열차’, ‘코부 3D’, ‘파이널 레시피’ 등을 통해 외국 현지에 한국영화를 소개,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일단 ‘미스터고’가 ‘설국열차’에 앞서 대중에 공개된다. 영화에 알게 모르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며 ‘늑대소년’이나 ‘7번방의 선물’ 등 히트 영화를 보지 않고 현재 후반작업에 한창이라는 김용화 감독은 “아직은 내가 할 수 있는 베스트 작품이 나온 것 같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미스터고’는 3차원 입체 영화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그간 우리나라가 만든 3D 영화는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나탈리3D’, CJ엔터테인먼트가 ‘7광구’를 내놓았으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3대 투자배급사 중 마지막인 쇼박스가 3D 영화를 성공시켜 체면을 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새로운 빙하기,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인 열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의 멈출 수 없는 반란이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설국열차’는 제66회 칸국제영화제 출품을 포기하고 방대한 컴퓨터 그래픽 작업 등에 좀 더 신경을 썼기 때문에 콘텐츠의 완성도는 물론, 재미와 감동이 어떻게 전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