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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의는 툭툭 거리고 할 말 하는 성격부터 현실의 이홍기와 비슷하다. 이홍기는 과거 “FT아일랜드 멤버들과 주먹다짐을 했다”거나 “연예인 여자친구가 있었다” 는 등 솔직한 고백을 하기도 했다.
‘뜨거운 안녕’은 이홍기의 실제 성격과 모습이 투영, 그의 매력이 제대로 녹아난 영화다. 이홍기 본연의 재능과 능력을 제대로 쏟아냈다는 이야기다. 일단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다. 가수니 노래도 한다. 연기도 나름 괜찮다. 매력적이다. 웃음과 감동을 줄 때를 안다. 초반 등장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극이 전개되며 어느새 충의가 이홍기인지, 이홍기가 충의인지 모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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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보낼 요량으로 시종 삐딱하기만 충의였는데 이들에게 점점 끌려 적극 도움을 주기로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병원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밴드 오디션에 나가 상금을 타 병원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도전은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섞여 있다. 착한 영화의 표본이고,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인 것 같은 이유다.
하지만 착한 이야기라고 해서 밍밍하거나 지루할 것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의를 집중시키는 영화의 힘이 뛰어나다.
죽음을 준비하러 찾아간다고 착각하기 쉬운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은 죽음보다는 삶으로 방향과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전직 조폭 무성은 담배를 연신 피워대고, 딸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밤마다 가라오케에서 반주 아르바이트를 하는 환자도 있다. 영화에는 이 가짜 아닌 진짜 환자들의 삶을 향한 갈망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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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기 외에도 배우 마동석이 전하는 깨알 웃음이 객석에 웃음 폭탄을 투하할 게 분명하다. 전직 조폭 출신인 뇌종양 말기 환자인 무성을 연기한 마동석은 삶과 죽음을 다루는 영화에서 자칫 진정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 코미디와 웃음 요소들을 적절한 수위로 조절해 전한다.
큰 덩치의 그가 눈물을 또로록 떨어뜨리는 장면은 감정 몰입을 제대로 한 신이고, 그 감정은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임원희와 백진희, 심이영, 아역 전민서도 강약조절을 잘한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할머니 환자 역할을 맡은 배우는 임종을 앞둔 상황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게 하고, 힘찬 엄마(심이영)의 아들로 나오는 꼬마 아이가 흘리는 눈물을 보고 관객은 또 눈물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남택수 감독은 관객에게 어필하는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같다. 만만히 보거나 무시할 영화는 절대 아니다. 99분. 12세 관람가. 30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