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혁, 전지현, 송중기, 이상엽, 최시원, 최민호… 배우이자 연기 교수 안혁모(44)가 애정으로 가르친 연기자들이다. 안혁모는 “힘들 때 연락하고, 기분 좋을 때 연락하고, 또 작품에 들어갈 때 연락을 하는 친구들”이라며 “그런 것들이 감사하다. 또 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주는 것도 고맙다”고 웃었다.
경기도립극단에서 수석 연기 단원으로 약 1500회 공연에서 열연한 베테랑. 1997년부터 방송과 영화에서 활동 중인 100여 명의 연기자를 가르쳐 왔다. 현재 싸이더스(sidus)HQ 연기자 책임지도와 ‘C.A.S.T. by iHQ’ 연기 아카데미 원장을 맡아 배우들을 키워내고 있다. 17년간 엄청난 대본과 시나리오를 읽은 그는 앞부분만 읽어도 대강의 줄거리와 인물 관계를 맞출 정도다. 상당한 내공이다. 많은 연기자가 그를 스승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 연기자 생활로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박수를 받는 배우들도 그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유는? “그들도 알아요. 나는 이렇게 알았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들이 생각하는 게 맞는지, 더 좋은 것은 없는지 궁금한 거죠. 연기자들은 욕심이 많거든요. 자신의 연기를 확인받고 싶고, 확신을 가지려고 찾는 거죠.”
가장 인정하는 제자는 장혁과 김선아다. “나만큼 분석을 잘하니 대본을 한 번 읽고는 알려줄 게 없어요. 이 친구들을 만나려면 두 번은 정독해야 대화를 할 수 있죠.”
‘애제자’ 장혁과의 일화 한 가지. “예전에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수업을 했을 때였죠. 수업 마치기 2, 3분 전에 장혁이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오더라고요. 5분만 얘기하자고 해놓고 작품 인물부터 영화에 관한 이야기 등 3시간이 후딱 갔어요. 정말 피곤했는데 가자고 해놓고 또 문을 막더니, 담배 한 대만 태우고 가자고 하고 또 이야기를 시작했죠. 새벽 5시 정도였던가? 해가 뜨더라고요. 그 생활을 한 2주 정도 한 것 같아요. 과로로 하혈할 정도였어요. 열정 덩어리라서 다음에는 피해 다닐 정도였다니까요.”(웃음)
싸이더스와는 관계가 없던 그룹 슈퍼주니어의 최시원과 샤이니의 최민호는 직접 연락이 왔고, 그를 만나 스승으로 받아들였다. 안혁모는 “아이돌 가수들을 솔직히 싫어했다. 까칠하고 자기들만 알 것 같은데 진솔하고 솔직했다”며 “시원이 때문에 아이돌 가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무대에 올랐던 그들의 열정을 100분의 1 정도 쏟으면 괜찮은 배우가 탄생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그룹 핑클 출신의 성유리 또한 그가 인정하는 케이스다. “이제 10년차 배우가 됐네요. 성유리만큼 그렇게 악성 댓글을 받아본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작년에 드라마 ‘신들의 만찬’으로 최우수상 받았잖아요. 지금 ‘출생의 비밀’도 잘 하고 있고요. 하나씩 하나씩 고쳐나가려는 노력이 대단한 친구죠. 그 과정을 10년 이상 했어요. 그 친구가 연기하는 것 보면 인간 승리 같아요.”(웃음)
당연히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재능이 많고, 예쁘고 잘생긴 친구들이 포기해요. 노력을 안 해요. 다 해주길 바라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절실함, 열망, 결핍들이 자극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 해내더라고요. 제 할 일은 옆에서 연기 지도와 함께 대화를 하는 거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연기 지도뿐만 아니라 인성도 키워주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좋은 연기자들을 제자로 만난 게 행운이었다”고 좋아했다.
안혁모는 스타들이 하루아침에 선망받는 위치에 오른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요즘 친구들은 목적도 없이 마냥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지금의 스타들이 끝없는 기다림과 좌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가 최근 책 ‘스타가 빛나는 이유’를 내놓은 이유다.
안혁모는 “어릴 적 꿈이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대본을 분석하고 표현을 가르치는 선생이 됐다”며 “어떻게 하다 보니 꿈이 이뤄졌는데 또 하나 꿈이 있다. 상처받고 지쳐있는 사람들이 나를 만나 회복하고 일어섰으면 하는 것”이라고 바랐다.
“조력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과거에 저는 교만 덩어리였어요. 혼자만 잘났다 생각하고 튀는 것을 좋아했어요. 많은 역할에서 주인공을 했었죠. 그러다 위기의 순간에 주변에서 나를 도와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달리 했어요. 또 맛깔나는 조연을 맡고 달라지기도 했고요. 옆에서 지켜보며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은, 모두가 좋을 수 있는 꿈이 이뤄지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물론 제가 쓴 작품이 나중에 무대에 올라가는 꿈도 있지만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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