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과 방송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내 유일 종합예술상인 ‘백상예술대상’이 올해로 49회째를 맞은 것.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는 비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축제 분위기를 대변하듯 이번 ‘백상예술대상’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스타들이 수상을 하기 위해 걸어 나오는 위치다. 이전까지의 시상식은 무대 바로 앞에 연예인 석이 존재했다면, 이번에는 런웨이를 만들었다.
관객과 함께 시상식을 즐기고 소통하기 위함이다. 올해로 4년째 MC를 맡은 김아중도 무대까지 걸어오면서 “참 길다”고 말할 정도로 그 모습은 마치 패션쇼장을 방불케 했다. 긴 런웨이 만큼 축하의 시간도 길었다.
이때 런웨이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스타들이 눈길을 끌었다. 각각 TV부문 남녀 예능상을 수상한 개그맨 김병만과 개그우먼 신보라가 그 주인공. 김병만은 정글을 뛰어다는 듯 런웨이를 질주했다. 신보라는 손에 든 장미꽃 한 송이를 힘차게 들어 보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인답게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영화부문 대상을 차지한 배우 류승룡도 빼놓을 수 없다. 팬클럽의 엄청난 환호 속에서 달려 나오며 환희를 표했다. 이와 동시에 폭죽이 터지며 시상식은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 됐다. 가장 액티브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재치 있는 수상소감으로 웃음을 선사한 스타들이 있다. 신보라는 “예상을 못했는데 기분이 넬라판타지~ 한데요”라며 깜짝 노래를 선보였다. 영화부문 남자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마동석은 “씨스타 공연 보고 넋 놓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며 “남우조연상 수상이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스타트를 끊었다. 심사위원님들 공정한 심사 감사드린다”라는 재치 있는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오늘 좋은 날인데 표정이 무표정이라서 화난 것 같다고 하더라. 시원하게 웃고 들어가겠다”면서 어색한 웃음을 흘려 현장을 초토화시켰다.
류승룡도 “고마워요. 예승아, 상 받았어, 백상”이라며 ‘7번방의 선물’의 용구로 빙의해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콩은 비타민 아니라 단백질이예요”라며 영화 속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 웃음을 더했다.
한편 유재석은 개념소감으로 감동을 전했다. 그는 ‘무한도전’ ‘런닝맨’ ‘해피투게더’ 제작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정말 너무나 많은 분들이 화면 뒤에서 함께 하신다. 말로만 감사드릴 것이 아니고 스태프 여러분들의 여건들이 많이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해 눈길을 끌었다.
◇ 영화·드라마 감동 재현…‘백상, 그 겨울이 불다’
축하공연은 걸그룹 씨스타의 무대로 시작됐다. 관객들은 환호했고, 유재석과 류승룡 등 스타들도 박수를 치며 함께 즐겼다. 2부가 시작되며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등장해 대미를 장식했다. 이루마는 영화 ‘베를린’ OST ‘BAD(배드)’, 영화 ‘피에타’ OST ‘SORROW(써로우)’,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OST인 ‘겨울 사랑’을 선보였다. 무대를 감싸는 커다란 스크린에는 영화와 드라마 속 영상이 더해져 다시 한 번 감동을 재현했다. 이때 ‘겨울 사랑’을 부른 가수 더원이 무대로 나와 좌중을 압도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출연했고, 이날 TV부문 여자 신인상을 수상한 정은지가 함께 열창해 모두를 잠시 ‘그 겨울’로 돌아가게 했다. 진정한 ‘축하공연’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순간이다.
◇ 대체로 깔끔한 진행, 그래서 더 아쉬운 사고들
대체로 깔끔하고 스피디한 진행이 돋보인 이날 시상식에서는 약간의 사고가 아쉬움을 자아낸다. 사회공헌상을 시상하던 중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시상자인 홍수아가 안성기를 호명했지만, 그는 무대에 나타나지 않았다. 장내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안성기는 현장에 도착했었고, 대기실 현황에서도 포착됐기에 더욱 의아함을 자아냈다. 당황한 MC 김아중은 “안성기 씨께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며 다음 시상을 진행했다.
이후 영화부문 남녀최우수연기상 시상을 위해 엄정화와 무대에 오른 안성기는 “지하에서 시상식 대기하고 있는데 상하나 줬다면서요? 이런 억울한 일이 있나”라고 직접 재치 있는 말로 해명했다. 또한 “정말 아깝다. 진행하는 분들이 당황하셨다고 들었다. 하여튼 감사드린다”며 그 자리에서 뒤늦게 수상소감을 전했다.
또한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우수상을 시상하던 현장에서는 후보자들의 영상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장내는 어두운 상태로 음성만 흘러나왔고, 급하게 후보자들의 얼굴을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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