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반기 충무로에는 신인들의 반짝이는 활약이 즐겁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배우 박두식(25). 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에서 윤제문(신재석 분) 아역을 연기했다. 생애 첫 영화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인 데뷔 신고식이다. 주먹밖에 모르는 뜨거운 청춘이자 허당기 넘치는 반전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원래 강우석 감독님 팬이었어요. 한참 ‘두사부일체’ ‘신라의 달밤’ ‘실미도’에 빠져있을 때죠. 영화배우의 꿈도 그때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실미도’가 와 닿았어요. 제가 인천 강화도 출신이거든요.(웃음) 실제 공작원들이 탔던 버스도 타고 자랐으니 얼마나 임팩트가 컸겠어요. 그 영화를 보고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을 더욱 존경하게 됐죠.”
그러던 중 학교 후배의 추천으로 ‘전설의 주먹’ 캐스팅 공고를 접하게 됐다. 감독의 눈에 띌만한 경로를 찾다 직접 오디션에 부딪혔다. 동영상으로 진행된 오디션은 마감이 임박했다. 비오는 날임에도 급하게 야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액션을 따로 배운 적이 없었지만 열정만큼은 자신 있었다. 원작 캐릭터에 맞게 반삭도 감행했다. 비를 맞으며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혼신의 힘을 불태웠다. 오히려 더 처절해보여 비가 온 게 다행이란다.
타고난 연기력을 선보인 그이지만 촬영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현장을 경험해본 적 없는 신인이다 보니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 카메라 워킹부터 앵글을 찾아 들어가는 것까지 현장에 익숙하지 못해 혼도 많이 났다.
“감독님은 저를 처음 보고 ‘뭐 저런 게 왔나’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그러나 모두 애정 어린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제가 정말 마음에 안 드셨으면 쓴 소리도 안 해주셨겠죠. 감독님의 리드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고요.”
특히 액션 연기가 고됐다. 아역으로 출연한 네 친구들 모두 액션연기에 서툴러 합숙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3개월을 액션스쿨에 살다시피 했다. 쓰러질 때까지 연습이 계속 됐다. 철저한 훈련이 없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정두홍 무술감독이 악마로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탄생한 액션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이 궁금했다. 그는 상훈(윤준상 아역 구원 분)의 학교로 쳐들어간 신을 꼽았다.
“상훈이랑 마주치는 신이 있었어요. 학교 복도로 쳐들어갔을 때죠. 서로 달려들어서 얼굴을 쳐야 했어요. 연습 때 타이밍을 맞춰야 하니까 처음에는 치는 척만 했죠. 그런데 정두홍 감독님이 오셔서 ‘진짜 때려라. 척하는 건 관객들도 다 안다.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한 다섯 번을 진짜 때렸죠. 다섯 번째에는 못 일어나겠더라고요. 평소에는 그렇게 자상하시다가도 일에 있어서는 아주 강하게 키우세요.”
한 번 추억에 빠지더니 이야기가 술술 이어졌다. 한 신만 꼽기는 아쉬운 모양이다. 발로 얼굴을 맞는 클로즈업 신을 떠올렸다. 고속 카메라로 얼굴만 촬영하기 때문에 미묘한 표정 변화도 쉽게 포착된다. 발이 오는 순간 눈을 찡그리는 게 문제가 됐다. 말이 쉽지, 맞는다는 걸 몸이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찡그리게 됐다. 스스로 악바리라고 자신하는 그도 맞는 건 무섭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서러워서 울 뻔 했단다. “정신 차리자. 꾹 참자”라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렇게 사십 번을 찍었다고 했다. 정신이 너덜너덜해질 때쯤 몸이 포기를 했다. 우연히 찡그리지 않게 됐고, 그때 겨우 오케이 컷이 떨어졌다.
이처럼 평소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는 강우석 감독에게 최근 칭찬을 들었다며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시사회가 끝나고 던져진 “너 인기 좋더라”라는 한 마디에 모든 걸 보상받는 느낌이었단다.
일전 강우석 감독이 아역배우들을 일컬어 “형들을 넘어서는 배우들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던 말에도 몸둘 바를 몰라했다. 이제 첫 스타트를 끊은 만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촬영 현장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제는 배역에 상관없이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꿈꾼다.
“어떤 역할이든 무조건 해보고 싶어요. 세보이고 날카로운 인상이라 스스로 걱정이 많이 되죠. 이런 캐릭터만 계속 하지 않을까봐서요. 언젠간 부드러운 캐릭터를 맡아 멜로도 할 수
누구와의 멜로를 꿈꾸냐는 기자의 말에 신민아를 꼽았다. 다소 높아진 목소리로 “같이 작업을 하면 몰입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연기가 될 것 같다”며 “무조건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은 역시 청춘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소담 인턴기자/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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