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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함께 자리한 봄여름가을겨울은 새 앨범과 공연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오는 5월 11일, 12일 양일간 서울 충무아트홀 대강당에서 열리는 25주년 기념공연은 1991년 발매된 공연 실황 앨범에 수록된 곡 순서를 그대로 재현한다. 연주와 편곡도 당시의 것을 그대로 따를 예정이다.
“오로지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고 기획했어요. 이번 공연의 화두는 ‘다시 모이자 그날의 청춘들’이에요. 하지만 혼자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함께 돌아가자는 거죠.”(김종진)
“예전 앨범을 다시 들으면서 좀 자뻑 같은 게 생겼어요.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곡의 순서도 그렇고 배열도 그렇고 사운드도 그렇고.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 같아요.”(전태관)
실제로 당시 봄여름가을겨울의 1991년도 공연실황 앨범은 160만 장이란 라이브 앨범 역대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평단과 대중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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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시대로 넘어오면서 음악이 지극히 개인주의화 됐어요. 전에는 누군가 좋은 음악을 들으면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해주고 들어보라고 권했던 것이 일반적이었어요. 과거에는 라디오 DJ들이 그 역할을 많이 했고요. 지금은 그런 문화 자체가 사라진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은 직접 권하는 음악, 즉 라디오 시절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많이 담고 있죠.”(김종진)
봄여름가을겨울은 4월 30일 신곡 ‘고장난 시계’ 발표를 시작으로 총 46곡, 3장에 달하는 데뷔 25주년 스페셜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매월 순차적으로 신곡을 발표해 9월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다.
“새 앨범은 레트로(복고)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단순히 과거에 우리가 했던 음악이나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음악이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음악을 하려고 해요.”(전태관)
발표하는 새 앨범마다 가장 진화한 사운드를 들려줬던 봄여름가을겨울이 과거를 지향하는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은 이들의 노쇠했다는 증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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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관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음악’이라고 정의한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 같다. 이들의 새 음악이 단순히 과거의 음악을 재현한 형태가 아닐 것이라는 기대도 동시에 든다.
“지금까지 25년 동안 얼마나 많은 실험을 해봤겠어요. 50년대 빈티지 악기만 사용해 보기도 하고 녹음 방식도 바꿔보고. 그러다가 내린 결론은 결국 사람이 키(Key)라는 것이었죠.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방에서 1930년대 쓰던 바늘로 옷을 만든다고 해도 그때의 명품이 나올 수 있을까요?”
봄여름가을겨울이 막연한 ‘과거’의 음악을 자신들의 새 앨범의 테마로 삼은 것은 장르적 복원이 아니라 다분히 형이상학적 차원의 접근이다.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공연 역시 1991년의 공연을 재현한다고 하지만 다분히 이 같은 ‘뮤지션의 철학’을 근거로 한 작업이다. 그들의 철학의 핵심은 ‘과거’라는 이미지를 구현해 현재와 미래를 사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것 정도로 거칠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20대의 불안과 공허, 목적 없는 질주를 노래한 ‘아웃사이더’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가 대한민국 중년에게 바치는 찬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동일한 주제의 연장선에 있었다는 것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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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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