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뇌까리는 듯한 복잡한 눈빛, 바람에 부유하는 긴 머리칼, 굳게 다문 입술. MBC ‘해를 품은 달’의 운, 송재림(28)에 대한 날카로운 첫 인상의 기억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 종영 후 1년 만에 만난 그는 보란 듯이 단정한(?) 모습으로 나타나 추억의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든다.
“4년 동안 길렀던 머리를 잘라냈어요. 연기라는 게 프레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건데, 긴 머리가 또 하나의 틀이 돼 버리더라구요. 자르고 나니 두피에도 좋고 보다 더 자유로운 연기도 할 수 있고. 1석 2조에요.(웃음)”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이제 막 ‘배우’로 불리기 시작했다. 꿈이 없던 어린 시절 막연히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꼬리를 물더니 어느덧 그를 이 자리까지 끌고 왔다. 연기 경력이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연기를 대하는 진지함만큼은 베테랑 못지 않다.
“미래에 대한 생각이요? 열의만 컸지 뭐가 되고 싶은지 몰랐어요. 그저 세상을 배우며 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게 부딪치다 보면 운명적인 일을 만나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요. 젊음이 주는 무식(?) 때문에 운명에 몸을 던진거죠.(웃음)”
“‘서른 즈음에’란 곡이 이제 제대로 들려요(웃음). 진짜 서른 살이 됐거든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자서(自書)를 써오면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어요. 시간이 오래 걸렸고 젊음도 꽤 소진했지만 결국 제가 사랑할 수 있는 일을 만나게 됐어요.”
송재림은 연기에 뛰어들면서 “직업의식에 대한 준엄함”을, 현장과 동료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얻었다 했다. 동료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는 작업은 말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그러나 ‘해품달’ 이후 단편영화 ‘고양이를 돌려줘’를 통해 프로배우와 아마추어 배우의 차이를 깨닫곤 “머리가 복잡해지더라”며 당시 직면했던 어려움을 털어놨다.
타계할 방법은 “연기에 대한 총체적인 이론 공부”라 믿고 최근엔 연기 공부에 푹 빠졌단다. 천생 천착(穿鑿)이 몸에 밴 학구파 스타일이다. “유기적인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합을 맞춰가야 하는데 저 혼자만 아마추어인 거예요. 신성한 ‘내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고 싶은 욕심, 누구나 있잖아요. 저 역시 그래요.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그는 ‘누군가의 위로’가 되기를 꿈꾼다. 대중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마음껏 공감하고 기뻐하는 게 “사명”이라고 말한다. “스토리로 꽉 차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3일 방송되는 MBC퀸 드라마 ‘네일샵 파리스’에서 실력파 네일아티스트 케이 역을 맡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자신의 손을 믿고 맡기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네일아티스트라니. “즐거움을 선사
“전 현장이 정말 좋아요. 일하는 내내 즐겁구요. 그런 제 기운이 시청자 여러분께도 꼭 전달되겠죠?”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에는 청춘의 파도가 출렁이고 있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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