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김인권이 류현경에게 예뻐졌다고 얘기했을 것 같다고 하니 “많이 (기가) 세졌다”고 했단다. 어느새 현장에서 할 말 다하는 배우가 됐기 때문이다. 연기를 향한 욕심이 많아졌다는 다른 말이기도 하다.
“20대 초반에는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었어요. 영화 ‘신기전’ 이후 연기가 재밌다는 걸 처음 느꼈죠. 연기를 향한 마음이 커지니 촬영할 때 달라졌어요. 인권 오빠는 제가 에너지를 쏟아내니 무섭다고 하더라고요.”(웃음)
1일 개봉한 ‘전국노래자랑’은 대한민국 대표 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한 참가자들이 단 한 순간,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꿈의 무대에 서는 과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낸 영화. 류현경은 가수 지망생 봉남(김인권)의 아내 미애를 연기했다. 극 중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사는 가장인 봉남은 과거 꿈을 버리지 못하고 아내의 속을 태운다. 미애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남편이 절대 이해되지 않는다.
“저는 헛바람 들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현실이라면 저도 미애와 똑같을 것 같아요. 답답하고 힘든 상황이잖아요. 예전에는 봉남처럼 귀엽고 순수하고 자기 꿈을 좇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꼈는데, 이제는 아니에요. 최소한 제 남편 때문에 우리 엄마는 안 힘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전국노래자랑’은 개그맨이자 방송인인 이경규가 ‘복면달호’에 이어 또 한 번 제작자로 나선 작품이다. 이경규는 “이 영화가 잘되면 좋고, 안 되어도 괜찮지만 현경씨가 촬영할 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류현경을 감동시켰다. 사실 류현경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경규가 제작하는 영화인지 몰랐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영화를 향한 애정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다는 걸 알게 돼 더 믿음이 갔다.
“(이경규) 대표님은 촬영장에 거의 안 오셨어요. 일체 관여나 간섭을 안 하셨죠. 촬영이 끝나면 소고기 사주시러 나타나시고(웃음), 또 촬영장에 오셨다고 하는데 찾아봐도 안 보이시더라고요. 먼 발치에서 보시는 거죠. 감독님이 대표님을 무척 좋아하는데, 저도 대표님이 우리를 믿고 있다는 것에 훌륭하다는 걸 느꼈어요.”
이경규는 버럭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으로 알려졌다고 하니 류현경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버럭도 일종의 애정표현”이라고 했다. 한 번도 자신에게 버럭한 걸 본 적이 없다는 류현경은 “개그맨 후배 분들에게는 가끔 버럭하시는데 그것도 친하고 좋아하니 행동하는 애정표현”이라며 “나도 그런 친구들이 몇 명 있다. 친하니까 그럴 수 있는 것 같다. 옆에서 대표님을 지켜보면 사랑이 많으신 분 같더라”고 짚었다.
그러고 보니 류현경이 최근 TV 토크쇼에 출연해 빅뱅과 2NE1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갈 뻔했다는 일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16살 때인가 지누션을 무척 좋아해 따라다녔을 때”라며 “노래를 틀어주니깐 따라 하고 춤추고 했던 거다. 연기자치고 적당히 잘하는 편이었을 뿐”이라고 웃었다.
류현경은 연출가로도 주목을 받는다. ‘날강도’(2010), ‘광태의 기초’(2009) 등의 단편영화와 가수 정인의 ‘그 뻔한 말’의 뮤직비디오 등도 연출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촬영장에 있었고, 대학교에서도 연출을 전공해서 자연스럽게 연출을 하게 된 것”이라며 “연기자로 주목받으니 다른 면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도전한다는 등의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들 이야기를 하니 하기가 싫어지더라”고 아쉬워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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