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은 30일, 31일 양일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13 지드래곤 월드투어 : 원 오브 어 카인드’(2013 G-Dragon World Tour : One of a Kind)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열었다. 이번 공연은 이틀간 총 2만 3천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드래곤은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8개국 13개 도시에서 26회 공연을 열고 총 55만 명의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힙합도 신나게 잘해요
힙합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비트에 의지해 사람의 말(랩)이 더해져 음악이 완성된다. 이 때문에 한명의 뮤지션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고, 두 시간가량의 공연 내내 긴장감과 집중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공연장 규모가 커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록 페스티벌에 비해 힙합 페스티벌이 보편적이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지드래곤은 기본적으로는 힙합 장르로 분류되는 뮤지션이지만 이날 공연에서는 스타일의 안배와 장르적 재해석, 각종 연출을 통해 전체 무대를 버라이어티하게 꾸몄다. 그는 전반부에 강렬한 일렉트로닉, 중반에는 서정적인 어쿠스틱 사운드, 후반에는 자신의 장기인 힙합과 에너지 넘치는 록 사운드를 배치했다.
무대 전면의 무빙 LED, 현란한 레이저와 조명쇼, 다양한 무대 구조물, 폭죽과 빗물 등 특수효과는 공연 내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지드래곤은 댄서들과 함께한 안무뿐 아니라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거나, 철골 구조물을 오르내리는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전체적으로 모든 곡에서 장르와 사운드에 변화를 주고 세련된 무대 연출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힙합 장르에 한정되지 않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 준비한 만큼 잘해요
지드래곤은 이번 공연을 위해 KBS 스포츠월드 제2체육관(구 88체육관)을 2주 동안 대관해 공연장과 똑같은 무대를 설치하고 연습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가수들이 공연 하루 이틀 전 무대를 세우고 하루에서 반나절 가량 리허설을 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지드래곤의 공연은 연주와 일렉트로닉 소스 사운드의 싱크, 퍼포먼스와 조명, 특효의 싱크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주간 실제 공연장과 거의 동일한 조건에서 조명, 음향, 특수효과, 지드래곤과 댄서들의 동선 등 합을 완벽하게 맞춰왔던 것.
이번 공연에는 고(故) 마이클 잭슨 투어의 조연출을 맡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트래비스 페인(Travis Payne)과 마이클 잭슨의 안무를 담당했던 스테이시 워커(Stacy Walker), 무대 디자이너 마이클 코튼(Michael Cotten), 비주얼 크리에이터 파서블(Possible) 팀이 참여했다. 빅뱅 공연에 참여했던 미국 출신 연주자들이 투입됐고 지드래곤과 안무팀을 위해 총 50벌의 무대 의상이 제작됐다.
○ 혼자서도 잘해요
이날 공연에는 타블로가 ‘불붙여 봐라’, 씨엘이 ‘더 리더스’, 이하이가 ‘결국’의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2NE1이 공연 중간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신곡 ‘미치고(Go)’를 비롯해 ‘하트브레이커’, ‘버터플라이’ ‘그XX’ ‘소년이여’ ‘디스 러브’,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크레용’ 등 거의 대부분의 무대는 지드래곤 혼자 채웠다.
지드래곤은 빅뱅의 다섯 멤버 중 한 사람이 아니라 솔로 가수로서 자신의 색깔과 역량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랩과 무대 퍼포먼스는 기본이고, ‘그 XX’를 통해 보컬 실력을, ‘투데이’를 통해 디제잉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 랩의 비중이 빅뱅의 음악에 비해 월등히 높은 까닭에 목소리의 일부가 미리 녹음된 것으로 채워 질 수밖에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기에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악기들의 실연과 일렉트로닉 소스까지 더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정확히 전달되지 못한 점도 있었다. 이는 이번 월드투어 이후 그가 새로운 노래를 만들 때 한가지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공연 자체의 숙달도뿐 아니라 ‘온전하게 공연에서 표현 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전체적으로 솔로 뮤지션으로 자리매김은 충분히 이뤄냈다는 평가다. 뮤지션으로서 분방함과 진지함, 때로는 퇴폐적인 모습까지 드러내며 지드래곤만의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충분한 공연이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