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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 앨범 ‘그니’를 들고 돌아온 가수 정인(33)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신곡 ‘그 뻔한 말’ 뮤직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재잘재잘 늘어놓던 정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길 오빠가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던데, 어디서 들으셨어요?”
MBC ‘우리 결혼했어요4’에 출연하면서 이제는 두 사람이 커플임을 전 국민이 다 알게 된 남자친구 조정치는 잠시 뒤로 미뤄두더라도, 길과의 각별한 우정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리쌍 전국투어 공연을 같이 다니면서 오빠들(길 개리)과 더 친해졌어요. 전국투어 중 산에 오른 적이 있는데 그 때 길 오빠가 농담으로 ‘조정치 빼고 정인 인생의 남자는 나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길의 일방적인(!) 주장에 동의하느냐 묻자 정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쌍 객원보컬로 시작된 ‘가수’ 정인의 지난 행보를 되짚어보면 누구라도 이에 동의할 만 하다.
실제로 정인과 길은 음악적 소울메이트 행보를 오랫동안 이어왔다. 길은 2002년 리쌍 데뷔 때부터 정인을 객원보컬로 영입, 그녀를 가요계에 데뷔시켰다. 그간 발매된 정인의 앨범 프로듀싱도 도맡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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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만약 그랬다면 어쩌면 저는 만 명 중 한 명이 알 만한 굉장히 매니악(maniac)한 음악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아니면 음악을 중간에 그만 뒀을 수도 있고요. 두 사람은 제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게끔 이끌어준 면이 있죠.”
그렇게 조정치와 길은 정인의 음악 인생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해 준 동행(同行)이었다. 정인은 “그런 의미에서 조정치와 길 오빠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사람들”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10년 연인 조정치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특히 남자친구 아닌, 뮤지션 조정치에 대해 묻자 정인의 폭풍 칭찬이 이어졌다.
“조정치 오빠는 확실한 자기 세계가 있고, 그걸 표현해낼 줄 아는, 음악을 잘 하는 사람이에요. 음악을 잘 만드는 프로듀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으려 하기보단 작가적인 면이 강한 프로듀서인데, 구상이 머리 속에 다 있더라고요. 뛰어난 점이 있는 프로듀서인데, 에너지가 좀 없죠. 에너지가 있다면 정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텐데(웃음).”
그럼에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조정치의 장점은, 그 희미하고 끊어질 듯한 에너지가 계속 이어져가고 있고 점점 확실한 자기만의 색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인은 “원래 오빠 음악 하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어느 순간 많이 의지하고 질문하게 된다”며 “지금은 오빠가 나의 멘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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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들고 곡을 쓰게 한 사람은 길 오빠였어요. 솔직히 곡을 만드는 것에 대해 딱히 생각이 없었죠. 내 이야기를 꼭 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요. 전 좋은 노래 받으면 다 제 곡처럼 느끼거든요. 그런데 길 오빠가 ‘빨리 네 얘기를 달라’며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죠.”
생애 첫 프로듀싱 과정은 그간 정인이 겪어보지 못했던 스트레스의 시간이었지만, 새로운 도전으로 즐거웠던 시간이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추억이더라’는 말이 딱이란다.
“계획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나도 정신이 없었고, 외부적인 요인도 여의치 않았고요. 이러다 앨범 못 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했어요. 고생 끝에 마스터링까지 완성해 홀가분해졌는데 뭔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 작업도 몇 번이고 엎었죠.”
결국 7번에 걸친 마스터링 끝에 ‘그니’가 탄생했다. 소녀 아닌 여인의 사랑을 노래한 ‘그니’는 조정치에게 못 다한 그니(정인)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기도 하다. 정인은 “가수 인생은 노래 따라 된다는 말도 있는데, 이번 앨범으로 조정치 전용 부적을 만들어 준 셈이기도 하다”며 밝게 웃었다.
지난달 15일 발매된 ‘그니’는 타이틀곡 ‘그 뻔한 말’을 비롯해 ‘치’ ‘좀 걷자’ ‘그런 말 마요’ ‘OK?’ 등 전 수록곡이 음악 팬들의 고른 사랑을 받고 있다. 정인은 “지금까지 내 온 곡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은근한 사랑을 받곤 했다”며 ‘그니’의 롱런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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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정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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