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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는 아내 브룸힐다를 구해야만 하는 남자 장고와 목적을 위해 그를 돕는 현상금 사냥꾼 닥터 킹, 그리고 그의 표적이 된 악랄한 대부호 캔디가 벌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결을 그린 이야기. 디카프리오는 캔디 역할을 맡아 22년 만에 첫 악역 연기를 소화했다.
흑인 노예들을 소유한 캔디는 노예들이 서로 죽일 때까지 싸우는 ‘만딩고 게임’에 열광한다. 도망간 노예를 붙잡아 개에 물어 뜯기게 해놓고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돈과 재물에 집착하는 광기에 휩싸인 디카프리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광기 어린 악랄함도 보이지만 누나에게 어리광(?)도 부릴 줄 아는 천진난만함이 있다. 그만의 독특한 카리스마도 빛을 발한다. 요즘 ‘더티 섹시’라는 말이 유행인데 악역인 디카프리오에게서도 ‘더럽지만 섹시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내한한 디카프리오는 캔디의 집사 스티븐으로 나온 사무엘 L. 잭슨과 장고를 연기한 제이미 폭스의 지지를 받아 악역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당시 흑인 노예제도의 참상을 제대로 알리려면 디카프리오가 제대로 연기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그의 말에 첫 악역 연기에도 100점을 받을 수 있었다. 폭스가 “레오나르도의 굉장한 연기 탓에 밤에 잠이 안 올 정도였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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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는 영화 ‘레이’(2004)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왈츠도 ‘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 이어 ‘장고’를 통해서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따냈다. 연기력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또 이들이 전하는 환상 호흡이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킨다.
‘자수지의 개들’, ‘킬빌’ 시리즈, ‘데스 프루프’ 등을 직접 쓰고 연출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제85회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현재 국내 극장가는 한국영화 강세가 한풀 꺾이고 할리우드의 로맨틱 좀비 영화 ‘웜 바디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타란티노 감독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폭탄과 총에 의해 살이 터지고 피가 낭자해지는 잔인한 장면은 감내해야 한다. 상영시간 165분이 버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타란티노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열광할 게 분명하다. 청소년 관람불가. 21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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