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송의 다변화‥이 사건의 전문가는?
로펌은 기업화된 변호사 집단을 뜻한다. 한-EU FTA 타결 이후 외국계 로펌 진출이 본격화되며 우리 법조계도 변호사 개별 법률사무소에서 로펌 형태로 변화 중이다. 연예인들이 송사에 로펌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보다 소송의 주제가 다양해 졌다는 점이다.
과거 연예인과 관련한 소송은 사기, 폭행, 이혼 등 비교적 단순한 사건들이었다면 최근에는 표절과 저작권, 전속계약 관련, 수익분배 등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표절 및 저작권 문제는 법률적 지식뿐 아니라 음악적인 접근도 동시에 이뤄져야 하고, 최근 가장 흔한 전속 계약 관련은 단순히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대한 법률적인 이해뿐 아니라 연예계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박진영은 작곡가 김신일의 표절 소송에서 1심에 패소하자 항소심에 국내 6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에 사건을 의뢰했다. 또 JYJ 역시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분쟁에 법무법인 세종에게 사건을 맡겼다.
○ 언론 플레이가 필요하다
대형 로펌들의 또 다른 장점은 이들의 언론대응에도 노련하다는 점이다. 연예인의 소송은 소송의 승패만큼 외부에 어떤 방식으로 알려지는가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연예인의 상품 가치는 이미지 자체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로펌의 경우 매체 전문가들을 통해 소위 언론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박시후의 경우 경찰이 피의사실을 입증하기 전 언론을 통해 실명이 공개된 순간부터 이미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또 서부경찰서 관계자를 통해 이번 사건 관련 보도들이 쏟아지고 이 같은 보도들은 박시후의 운신 폭을 좁혔던 것도 사실이다.
박시후가 푸르메를 선택한 배경에는 악화된 여론을 돌려보려는 의도도 분명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푸르메가 사건을 맡고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강남경찰서로 사건 이송 요구였다. 서부경찰서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대중들에게 지금까지 서부경찰서를 통해 외부로 알려진 박시후 사건을 처음부터 재고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뒀다.
○ 무조건 이겨야한다
무엇보다도 소송의 기본 목적인 승소를 위해 대형 로펌이 선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앞서 언급한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다수의 변호인단으로 소송에 임해 승소율을 높이는 것이 로펀의 기본적인 지향점인 것. 국내 10대 로펌들은 최소 100명, 많게는 300명이 넘는 변호사들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실례로 이 같은 변호인단의 전문화 분업화는 높은 승소율을 거두기도 한다. 연예계에서 일반적으로 사건들과 관계는 없지만 법무법인 화우의 경우 환헤지 상품 키코(KIKO) 관련 소송에서 100% 승소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판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 정부기관 출신이 많다는 점도 승소율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등 6대 로펌에서 활동하는 공정위 퇴직자는 41명, 변호사로 활동하며 공정위에서 전문위원이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숫자도 18명에 달한다. 전관예우 등은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지만 막상 사건을 의뢰하는 당사자 처지에는 승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