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록‧알앤비는 중견, 힙합‧일렉은 신예
대중음악상이 바라본 2012년 우리 가요계는 장르별로 록과 알앤비에서 10년 이상 음악 활동을 한 중견 뮤지션들이, 힙합과 일렉트로닉에서는 젊은 뮤지션들에게 주목했다.
먼저 이날 3관왕으로 최다 수상의 영예를 얻기도 한 3호선 버터플라이는 ‘드림토크’(Dreamtalk)로 올해의 음반상과 최우수 모던록 노래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안았다. 최우수 록 앨범상과 노래상은 정차식의 정규 2집 앨범 ‘격동하는 현제사’와 수록곡 ‘오빠는 풍각쟁이’에 돌아갔다. 정차식은 1998년 레이니썬으로 데뷔하고 현재까지 활동 중인 국내 대표적인 록 뮤지션이다. 알앤비 부문의 최우수 노래상과 앨범상은 나얼에게 돌아갔다. 그는 지난해 데뷔 10년 차에 첫 솔로 앨범 ‘프린시플 오브 마이 소울’(Principle Of My Soul)을 발표해 큰 사랑을 받았다.
록과 알앤비가 최소 10년 이상의 중견 뮤지션들의 축제였던 것과 달리 일렉트로닉과 힙합에서는 젊은 뮤지션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상은 에프엑스의 ’일렉트릭 쇼크(Electric Shock)’가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은 글렌체크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가 차지했다. 최우수 랩·힙합 노래상은 지드래곤의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최우수 랩·힙합 음반상은 소리헤다의 2집 ’소리헤다2’에게 돌아갔다.
○ 앨범, 여전히 음악을 듣고 평가하는 기준
모던록의 3호선 버터플라이, 록의 정차식, 알앤비의 나얼, 팝의 버스커버스커 등이 부문별로 노래상과 앨범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상을 수상한 ‘일렉트릭 쇼크’와 최우수 랩·힙합 노래상을 받은 ’원 오브 어 카인드’도 각각 에프엑스와 지드래곤의 발표한 미니 앨범 수록곡이다. 비교적 수록곡 수는 적지만 최소한의 부피감을 가진 앨범에 수록된 노래였다.
가요시장이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재편되며 앨범 형태의 음악 소비 방식은 실제 청취자들에게 더는 큰 의미를 주지 못하는 시기가 됐지만, 대중음악상은 여전히 앨범 형태의 작품 활동을 하는 뮤지션들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기본적으로는 대중음악상의 시선이 전통적인 방식의 ‘앨범’이라는 작업 결과물이 익숙하고 이를 선호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3~4분짜리 노래 한 곡보다는 이 한 곡이 어떤 앨범에 어떤 방식으로 포함돼 있는가를 보는 것은 음악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평가하는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시선을 아직 지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그들도 싸이와 버스커를 무시할 순 없었다
음악의 예술성과 완성도를 1순위로 두는 시상식이지만 지난 해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싸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싸이는 올해의 노래상과 올해의 음악인상 두 개의 주요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싸이의 성과는 가요사뿐 아니라 전 세계 팝 역사를 새롭게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차트 7주 연속 빌보드 2위를 기록했고, 유튜브 13억 조회수는 현재까지도 계속 숫자가 갱신되면서 수년 안에는 쉽게 깨지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버스커버스커 역시 마찬가지. 지난해 싸이가 나오기 전까지 버스커버스커는 가요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이들의 노래 정 ‘벗꽃엔딩’은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도 음원 차트에서 두 달간 장기 집권했고 ‘여수 밤바다’ 등 수록곡 전체가 큰 사랑을 받았다.
버스커버스커는 ‘슈퍼스타K3’ 출신으로 데뷔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방송출연을 거의 하지 않고 두 장의 앨범을 연달아 발표하며 노래만으로 아이돌 가수들 일색이던 가요계의 질서를 단번에 변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대중음악상은 버스커버스커에 최우수 팝 노래상과 최우수 팝 앨범상 두 개 부분과 네티즌이 뽑은 그룹상까지 총 3개의 상을 안겼다. 싸이와 버스커버스커 두 팀 모두 단순히 음악뿐 아니라 우리 대중음악의 환경과 구조를 변화시켰다는 의미가 강조되는 팀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