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시후, 초기에는 옹호론이 지배적
박시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와 각종 ‘설(說)’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소인 A양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박시후에게 술을 마신 후 정신을 잃은 채 성폭행을 당했다고 배우 박시후를 15일 고소했다.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진 18일에는 박시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했다. 드라마와 예능 등 방송에서 보여진 ‘젠틀한’ 이미지와 ‘남녀 사이’는 알 수 없으니 기다려보자는 누리꾼의 신중론이 합해진 결과였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고소인 A양이 ‘꽃뱀’ 일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고소를 당한 시점이 박시후가 ‘1인 기획사’를 설립한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 또한 박시후에게 뭔가 억울한 사정이 있을 거라는 동정론이 있었다. 19일 경찰 출석요구를 연기했지만, 여론은 “신중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으니 그랬을 것이다”며 박시후의 손을 들어줬다. 미디어 비평지에선 일부 언론이 박시후의 결백을 위해 뛰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 두 개의 CCTV 공개되자, 여론 흔들리기 시작
박시후에 대한 여론이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A양과 박시후가 만난 포장마차와 박시후 아파트 지하 주차장 CCTV가 확보된 20일부터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 따르면 A씨가 주점에서는 혼자 계단을 걸어 내려가고 있지만, 약 10분 후인 아파트에서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CCTV 장면 확보로 고소인 A양이 주장하던 “술자리에서 금세 취했고,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데 깨어보니 이미 박씨에게 성폭행 당한 뒤였다”며 “셋이서 홍초소주 2병을 마셨는데 내가 그렇게 순식간에 취한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는 진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경찰 역시 ‘약물 투약 의혹’에 무게를 두고 국과수에 감식을 맡겨 수사를 진행한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CCTV와 고소인 A양의 진술로 봤을 때, 이같은 추측이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2차 출석연기·A양과 합의설에 여론 완전히 등돌려
악화되기 시작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박시후의 2차 경찰 출두 연기다. 박시후는 24일 기존 법률대리를 맡았던 법무법인 화우 측을 사임하고, 법무법인 푸르메로 법률대리인을 변경했다. 이와 함께, 2차 경찰 출두를 연기하며 사건 이송요구를 한 것이다.
당시 푸르메 측은 “고소·고발사건 이송 및 수사촉탁에 관한 규칙에 따라 서부경찰서에서 조사 중인 이 사건이 강남경찰서로 이송되어야 함이 합당하다고 판단해 오늘 서부경찰서에 이송신청서를 접수하게 됐다”며 “위와 같은 절차상의 문제로 부득이 하게 금번 피의자 신문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양해 부탁한다”고 밝혔다.
박시후의 경찰 조사가 두 번이나 연기되자 여론은 싸늘해졌다. ‘억울하다면 당당해야 하지 않겠냐’며 박시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26일 국과수 감식 결과 고소인 A양 체내에서 특이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여론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신종 약물은 분해 속도가 빨라 검출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說)이 생겨나며 의심의 강도는 더 강해졌다.
또 이날 저녁, 박시후가 고소인 A양에게 합의를 위해 1억을 제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여론은 완전히 박시후에 등을 돌렸다. 서부경찰서 관계자 역시 “합의를 하든 안하든 상관이 없다”며 “후배 K씨와 함께 A양을 강간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특수 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시후, 미루면 미룰수록 불리하다”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에 빠진 박시후가 3차 출석을 하루 앞둔 28일 본격 대응에 나섰다. 박시후 측이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를 통해 후배 K씨와 고소인 A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용에 대한 증거보전을 청구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박시후 측이 사건 발생 후 후배 K씨와 고소인 A씨가 일상적인 안부를 주고받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행동이다. 고소인 A씨는 ‘이제 어떻게 하느냐’는 내용의 문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시후 측이 먼저 증거보전 청구를 한 만큼, 이 사건에 쟁점인 ‘강제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제성’이 없다면 박시후는 무죄 입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설(說)’은 3월 1일 박시후가 경찰 조사를 받으면 입증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경찰행정학)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 중 박시후가 억울한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라며 “그럴수록 당당히 조사를 받아 억울함이 있다면 그것을 풀고, 죄를 지었다면 그 죗값을 달게 받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정훈 인턴기자]